SK네트웍스, 오일뱅크-코람코 컨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도심지 사업장 확보… 플랫폼 비즈니스 등 정유-석화 투자 가속페달
  • ▲ 현대오일뱅크. ⓒ뉴데일리경제DB
    ▲ 현대오일뱅크. ⓒ뉴데일리경제DB

    SK네트웍스의 직영주유소 간판이 현대오일뱅크로 바뀐다. 장기간 고착화된 주유소 점유율 순위도 들썩이게 됐다. 업계 2위로 올라설 오일뱅크는 수도권 거점을 중심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는 물론, 정유·석유화학 부문 투자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네트웍스는 직영주유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오일뱅크와 코람코자산신탁 컨소시엄을 선정,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SK네트웍스 측은 "미래 지속성장과 투자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결정"이라며 "매각금액과 구성원의 고용안정 등을 고려, 오일뱅크-코람코 컨소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업 양도는 계약을 위한 실사와 본계약, 주주총회 등의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완료될 예정이다. 오일뱅크-코람코 컨소는 입찰가로 1조4000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가격 1조25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번 입찰은 재무적투자자(FI)가 자산을 가져가고 주유소 영업권은 정유사가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인수가 확정될 경우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의 운영권은 오일뱅크로 넘어간다. 전국 320여곳의 SK네트웍스 주유소가 오일뱅크 주유소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되는 셈이다.

    오일뱅크는 막대한 시너지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시장점유율 상승과 근접성 확대가 대표적이다.

    우선 이번 매각으로 국내 주유소 점유율 순위도 바뀔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주유소 시장 규모는 오래도록 SK(SK에너지-SK네트웍스), GS칼텍스, 오일뱅크, 에쓰오일 순이었다. 상반기 기준 내수 경질유 시장점유율은 SK 31.7%, GS 24.4%, 오일뱅크 22%, 에쓰오일 20.1% 등으로 분포했다.

    이번 매각에 따라 오일뱅크가 324개의 주유소를 인수하면 점유율은 GS칼텍스를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선다. △SK에너지 3403개 △오일뱅크 2542개 △GS칼텍스 2387개 △에쓰오일 2099개 순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네트웍스 소유 주유소들은 주유소망 공급 초기부터 운영됐던 주유소들이 많아 도심지 주요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선발주자인 SK와 GS칼텍스가 선점, 경쟁하던 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서울 지역에 49개소의 주유소와 경기 지역에 100개소의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오일뱅크의 수도권 직영주유소는 70여개소(서울 26개소, 경기 45개소)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 내 직영주유소가 없다는 점은 오일뱅크가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던 경영리스크 중 하나였다"며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인수로 도심지 곳곳에서 경쟁사와 경쟁할 수 있고,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일뱅크의 경우 해외매출 비중이 높지만, 그래도 국내 정유시장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2위로 도약할 기회를 잡아야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이번 인수를 통해 정유와 석유화학 부문 투자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뉴데일리
    ▲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뉴데일리

    나아가 플랫폼 비즈니스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SK네트워크 직영주유소가 시내 요지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활용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토양오염비용을 부담하고서라도 주유소를 상업시설로 전환할 경우 수익성을 낼 수 있다. 또 주유소에 수소차나 전기차 충전소를 붙이고 도심 내 배달 거점으로 사용하는 등 도로교통이 좋은 곳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오일뱅크 측은 "지금도 위치 좋은 장소에 신사업을 접목한 주요소를 계속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SK네트웍스의 주유소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SK네트웍스가 주유소 사업을 철수하는 배경은 수익성 저하와 전기차 등의 보급 확대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 때문이다.

    실제 SK네트웍스의 주유소 사업은 최근 부진을 면치 못했다. SK네트웍스는 2000년 SK에너지판매와 합병하며 주유소 사업에 진출했다. 3분기 SK네트웍스의 주유소 부문 사업 매출은 30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72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3분기 현재 SK네트웍스가 가진 직영주유소 개수도 321개로, 지난해 3분기보다 22개 줄었다.

    이번 딜을 통해 최소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 SK네트웍스는 주유소 매각자금을 기반으로 렌탈 사업 등 새로운 성장사업을 키울 계획이다. 또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도 자금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기준 SK네트웍스의 부채비율은 335%로, 지난해 3분기 215%에 비해 120%p 증가했으며 차입금의존도 역시 103%에서 214%로 111%p 악화된 바 있다. 특히 차입금의 경우 2조3846억원에서 5조3252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SK네트웍스 측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홈케어와 모빌리티 중심의 미래성장형 사업구조로 진화를 통한 지속성장을 추진해오고 있다"며 "이번 매각과 관련,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없도록 인수업체 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