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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와 국회 정무위원회 간 의견불일치로 신용정보법과 공정거래법 등 주요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특히 정무위가 20대 국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공정위와 관련된 모든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대기업집단의 지배와 수익구조 감시 강화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8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와 공정위 간 대기업집단의 공시 강화와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출자금지 등을 담은 법과 시행령 개정으로 갈등이 격해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와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논의가 1년여 째 진척되지 않자 국회통과가 필요 없는 시행령 개정에 나선상태다. 공정위는 2개 시행령의 입법(행정)예고 기간 중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오는 12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놓고 정무위 야당 측에서는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은 “지주회사 관련 법률로 다뤄야 할 사안을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것은 공정위의 명백한 권력남용”이며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만들어놓고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내부거래 공시의무 면제 폐지는 지주회사에 새로운 의무를 부담시키는 행위로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하위법령으로 규정할 경우 명확한 위임이 있어야 하는데 법률의 명확한 위임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집단의 공시의무 강화 관련 법안은 이미 국회에 3건이 계류 중으로 이는 공시 강화가 법률개정사항임을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공정위의 자체 시행령 개정 추진에 정무위는 법안심사 제외로 맞불을 놨다. 정무위 야당의원들은 오는 22일(가안) 열릴 예정인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 관련 법안을 이번 20대 국회에서 모두 심의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지난 국감에서 관련 논의는 법 개정 사안이라고 밝혔으면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위증”이라며 “이번 건으로 인해 22일 열릴 예정인 법안심사 2소위원회도 연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신용정보법) 개정안 역시 일부 정부부처와 정무위 간 합의가 원활하지 않아 답보상태다. 이 개정안은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해 비식별화된 개인신용정보를 상업적 목적의 통계작성이나 산업적 연구를 목적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제공 또는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데이터3법(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을 심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보류됐다. 의원들 간 대부분 합의는 맞췄지만, 현재 개정안으로는 납세정보나 사회보험료 등 공공 비금융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보류된 이유다.
비금융정보 제공의 키를 쥔 국세청과 복지부, 행정안전부 등 정부부처에서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정보제공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사회초년생이나 주부처럼 금융거래정보가 부족한 금융소외계층의 신용등급을 올려주기 위해 국세청, 행정안전부 등이 보유한 공공정보를 신용정보집중기관에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관계부처가 이처럼 반대하면서 결국 해당 방안은 제외됐다.
오는 21일 국회 정무위는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열고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재논의 할 계획이지만 정부부처와 정무위 간 입장차이가 여전해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부처와 의원들 간 이견으로 법안심사가 진척이 없는데다 국회의원들이 선거법 개정과 총선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20대 국회에서도 법안 통과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