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B-티브로드, LG유플-CJ헬로 조건부 승인KT-LG유플-SK텔레콤, 유료방송시장 '3강 체제' 재편글로벌 공룡 OTT와 한판 승부… 공정한 경쟁 조성 토양 구축 우선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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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개월을 끌어온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문턱을 넘었다. 기업결합 심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이동통신과 케이블TV가 합쳐진 '방송·통신 융합'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가운데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 SKB-티브로드, LG유플-CJ헬로 '조건부 승인'...유료방송 M&A 규제 문턱 낮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인수합병(M&A), LG유플러스-CJ헬로비전 간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다만 IPTV 사업자와 케이블방송 사업자 간의 기업결합으로 시장지배력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해 케이블TV 가격 인상 제한, 저가 상품 계약 연장 거절 금지 등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3년전 SK텔레콤-CJ헬로 인수합병(M&A)을 불허했던 것과 달리 상반된 결과를 내놓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중심으로 개편되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정부가 방송·통신 사업자 간 M&A에 대한 규제 문턱을 낮추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알뜰폰 분리 매각, 교차판매 금지 이슈 등이 빠졌다는 점이다. 알뜰폰 시장의 독행기업 소멸 우려와 사업자간 교차판매 금지 조건의 형평성 논란은 기업결합 심사 지연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해당 내용들을 제외하고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KT와 딜라이브 등 M&A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2위 사업자들이 사실상 정부의 심사를 조건없이 통과한 만큼, 규모가 작은 업체의 기업결합 역시 큰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유료방송 시장의 33.3% 초과)가 폐지될 경우 기업결합 심사에서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 KT의 시장 점유율은 30.86%로, 딜라이브(6.45%)를 인수할 경우 합산규제에 위배된다. 정부가 유료방송 M&A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합산규제 폐지에 따른 KT-딜라이브 간 합종연횡도 그려볼 수 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급변하는 방송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이종매체간 시너지를 추구하는 기업결합이 이뤄졌다"면서 "소비자 선택권 보호를 위해 SO 지역채널 투자 등 지역성 강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오후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료방송 기업결합 심사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전상현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오후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료방송 기업결합 심사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전상현 기자
    ◆ '통신+미디어' 첫 결합, 유료방송시장 '3강 체제' 형성

    이동통신사와 케이블TV간 기업 결합은 10년전 IPTV 도입 이후 첫 사례로, 국내 미디어 지형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통신사의 자본력과 케이블TV의 지역성이 보유한 장점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은 KT(IPTV, KT스카이라이프)가 31.1%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14.3%), CJ헬로(12.6%), LG유플러스(11.9%), 티브로드(9.6%), 딜라이브(6.3%) 순이다.

    기업결합 후 시장 점유율은 LG유플러스·CJ헬로(24.5%),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23.9%)로 KT의 뒤를 바짝 쫓게 된다. 그간 KT의 '1강 4중' 체제였던 유료방송 시장이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LG유플러스-CJ헬로의 부상에 따른 '3강' 체제로 재편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향후 이통사와 케이블TV 사업자들은 망 인프라, 가입자 등을 확보하며 미디어 사업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신 사업 분야의 수익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된 것.

    가령 인기 콘텐츠를 자사 IPTV·케이블TV 가입자들에게만 독점 제공 형식으로 서비스하는 모습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통사의 협상력을 바탕으로 기존 케이블TV에서 보기 어려웠던 독점 콘텐츠나 오리지널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중심으로 유료방송망 고도화에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와 함께 5G 기반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로 콘텐츠 경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공룡과 '한 판 승부'…법·제도 정비 마련되야

    공정위의 유료방송 M&A 승인으로 국내 이통사들과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간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글로벌 공룡들과 미디어 시장의 주도권 쟁탈을 위한 한 판 승부가 예상된다. 

    SK텔레콤은 통합 OTT '웨이브'를 앞세워 경쟁력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300만명의 티브로드 가입자와 수천만명의 카카오의 이용자를 확보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카카오의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IP(지식재산권)를 통한 다양한 콘텐츠를 OTT에 탑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CJ헬로를 품게될 경우 총 822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합병이 아닌 주식을 취득하는 인수를 택해 CJ헬로의 최대 주주인 CJ ENM과의 다양한 협업도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CJ ENM의 지분 중 3872만 3433주(지분율 50%)를 8000억원에 취득키로 결정했다.

    국내 방송통신 업계의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막강한 해외 OTT들의 투자여력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콘텐츠 제작 및 구입 규모로만 따져봤을 때 넷플릭스는 올해 약 150억 달러(한화 18조원), 아마존은 약 60억 달러(한화 7조원)의 예산을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자(CP)들이 국내 통신사 망에 무임승차 하는 역차별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네이버 등 국내 CP의 망 이용대가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보다 6배 가량 높은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방송통신 시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법·제도 정비가 선결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업자들간 협상력 변화에 따른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천혜선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현재 미디어 시장에서 경쟁 유동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점유율 상황을 기준으로 포지티브 규제를 하기보다 네거티브, 최소, 자율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공정한 경쟁 토양 조성을 위해 플랫폼간 콘텐츠·가격·서비스 차별화를 인정하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