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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명예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3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내년 경영환경마저 불투명해지자 결국 인적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달 25일부터 1966년생 이전 무보직 사무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자에겐 최장 3년치 기본급과 성과급(기본급 250%), 그리고 일시 위로금 250만원과 자녀 1인당 1000만원의 교육비를 지급한다.
올해 연말까지 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정해놓은 인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이 명예퇴직을 받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개설했다"며 "퇴직을 앞둔 직원이 제 2의 인생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전직을 지원하고자 이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현대제철은 명예퇴직 조건을 기본급 1년치 지급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인적 구조조정을 적극 시행하기 위해 기본급 3년치 지급 등으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지난해 처음으로 인적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 바 있는 현대차 사례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 3월 만 55세 이상의 부장급 관리자를 대상으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명예퇴직 신청자에게는 이직과 창업 등에 필요한 컨설팅을 제공했다. 정년연령인 만 60세까지 남은 기간 연봉의 50%를 지급했다.
업계는 현대제철이 명예퇴직을 시행하게 된 배경에는 심각한 실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대제철은 올 3분기 3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6%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6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7% 확대됐다. 영업이익률 또한 지난해 보다 1.2%p 낮아진 0.7%에 그쳤다.
동종업체인 포스코가 3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것과는 사뭇 비교되는 결과다.
포스코는 3분기 철강부문에서 7095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쳤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등 계열사 실적 호조로 9분기 연속 1조클럽 달성에 성공했다.
내년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강판 가격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현대제철은 현재 현대·기아차와 자동차강판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11월 중순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현대기아차향 자동차강판 가격을 2년째 올리지 못하면서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면서 "모그룹인 현대차 실적이 좋지 않아 올해 역시 인상하지 못하고 동결로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