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부동산 가격 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 발표공시가격 잘못 매기면 감평사·감정원 제재표준주택, 개별주택별로 산정주체 달라 형평성 문제 여전
  • ▲ 이문기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문기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서 공시가격 신뢰성을 높이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시가격 산정주체가 달라 생기는 형평성 문제가 남아 있어 주민 반발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17일 '2020년 부동산 가격 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관련 세금이나 복지혜택 등 여러 정책의 기준으로 쓰이기 때문에 신뢰도를 높이는게 중요하다.

    특히 정부가 보유세 인상과 함께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를 함께 추진하는 상황에서 공시가격에 불신이 쌓이면 조세저항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

    우선 표준주택·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매기는 한국감정원에선 '조사 담당자-지사장-공시본부'에 이르는 검증 체계를 강화한다. 산정 오류에 대한 책임도 공동으로 묻기로 했다.

    표준지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감정평가법인에선 소속 감평사가 공시가격을 매기면 최종 공시안을 내기 전에 법인 차원에서 검증하도록 의무화된다. 검증 과정에서 오류를 걸러 내지 못하면 법인의 책임도 묻는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정확도에 따라 다음해 물량을 차등 배정하고 중대 오류를 일으킨 감평법인은 아예 한해 동안 물량을 주지 않기로 했다.

    공시가격 산정에 있어 조사자의 자의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오류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산정시스템 개선도 병행한다. 부동산 특성조사시 지리정보시스템(GIS) 정보를 자동으로 연계해 가격산정의 정확성을 제고하고 공시가격 오류 자동검증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공시가격 산정에 관한 정보공개도 확대된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산정 과정에 대한 부동산 소유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는 소유자에게 최종 공시가격만 고지되지만 앞으론 산정 근거로 쓰인 부동산 특성과 참고 실거래가, 주변 시세 등을 함께 공개하겠다는 게 국토부 계획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공시가격 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이의 제기 수용에 관한 검토 내용까지 공개된다. 부동산 공시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회의록 역시 비공개에서 공개로 바뀐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공시가격 산정의 정확성, 객관성, 투명성을 강화해 신뢰할 수 있는 공시제도 운영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공시가격 산정·고시 권한은 정부가 행사하지만 실무의 경우 공동주택과 표준단독주택은 한국감정원, 표준지는 감정평가법인, 개별단독주택과 개별토지는 지자체가 제각각 산정하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 올해 국토부는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오류 456건을 찾아내 사상 첫 시정조치를 내렸다. 국토부가 서울 자치구 8곳만 조사한 점을 고려하면 전체 오류는 훨씬 많을 수 있다. 또한 국토부는 주민들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공시가격을 무더기로 정정했다.

    한국감정원의 비전문성도 구조적인 문제로 꼽힌다. 감정원이 조사업무를 담당하는 공동주택수는 1350만가구에 달하는데 직원 550명 정도가 이를 조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전문적인 가격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2021년부터는 주택공시가격 산정은 감정원 자체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람만 맡을 수 있다고 하지만 신뢰성을 담보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가 내년에도 공시가격 현실화에 나서면서 국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만 하더라도 껑충 뛴 공동주택 공시가격 이의신청 건수가 1만6257건에 달해 전년대비 14배나 증가했다. 이중 상향 요구는 341건에 불과했지만 하향 요구는 1만5916건으로 전체 98%에 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급격히 오르면 이의신청이 늘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공시가격의 산출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 개별 지자체가 공시가격을 조작할 수 없도록 제도를 촘촘하게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