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2조 들여 AI 반도체 스타트업 인수...앞서는 엔비디아에 맞불글로벌 IT업계 관심은 'AI 반도체'로...2025년 100조 넘는 시장으로 성장 예상'AI 국가전략 2030' 발표한 정부...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에 AI 접목 시도NPU 앞세워 시스템반도체 승부수 띄운 삼성전자...AI 반도체 기술 기업 투자 여부에 촉각
  • ▲ 인텔 '너바나(Nervana) 뉴럴 네트워크 프로세서(NNP)' 제품 이미지 ⓒ인텔
    ▲ 인텔 '너바나(Nervana) 뉴럴 네트워크 프로세서(NNP)' 제품 이미지 ⓒ인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글로벌 반도체업계가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골몰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인공지능(AI) 국가전략 2030'을 발표하며 'AI 반도체' 기술 확보 경쟁에 불을 지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와 인텔이 앞다퉈 AI반도체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달아오른 분위기에 메모리 강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이스라엘의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바나 랩스'를 20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 가량에 인수했다. 하바나는 2016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발한 기업으로 지난 6월 신형 '가우디 AI 훈련용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AI칩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엔비디아 보다 우수한 성능을 뽐낸 바 있다.

    하바나의 AI 반도체는 인텔의 데이터센터 사업에 집중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PC용 중앙처리장치(CPU)로 시장을 점령했던 인텔은 PC시장 정체에 따라 데이터센터용 제품 판매로 눈을 돌렸고 방대한 데이터를 AI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에 특히 역점을 두고 있다.

    AI로 눈을 돌린 것은 인텔 뿐만이 아니다. 그래픽프로세싱유닛(GPU) 부문에 강점이 있는 엔비디아는 올 3월 인텔에 앞서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인 '멜라녹스'를 69억 달러(약 8조 원)에 인수하며 AI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엔비디아와 함께 GPU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AMD도 최근 고성능 AI 반도체를 개발, 생산하는데 힘을 주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반도체업체들에 더해 IT 플랫폼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AI칩을 개발하는데 한창이다. 구글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버 AI칩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아마존과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등도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관련 투자에 열중이다.

    이처럼 AI 반도체가 대표적인 차세대 반도체 분야로 각광받는 이유는 스마트홈이나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과 양자컴퓨팅 등이 IT산업의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AI 반도체를 탑재한 정보처리장치 수요가 늘며 매해 50%에 가까운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66억 달러(약 7조 7000억 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 912억 달러(약 106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 ▲ 인공지능 국가전략 2030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인공지능 국가전략 2030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내에서도 AI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IT 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될 것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에서도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라는 비전을 앞세운 'AI 국가 전략 2030'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 AI를 통한 지능화 경제 효과 최대 455조 원 창출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언급된 것이 바로 'AI 반도체 기술 확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술에 AI를 접목한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에 2029년까지 1조 96억 원을 투자한다는게 정부의 기본 생각이다. 여기에 신개념 AI 반도체인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PIM)'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도 포함된다.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할 정도로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육성키로 한 상황이라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올들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133조 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집행키로 하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 같은 계획 가운데는 AI 시대를 겨냥해 신경망처리장치(NPU)와 GPU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기존의 10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방향성도 담겼다. NPU는 AI를 위한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로, 앞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집중됐던 시스템 반도체 사업 방향을 과감히 전환해 추진한다는 점에서 더욱 힘이 실린다.

    인텔이나 엔비디아와 같이 유망 기술을 보유한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통해 사업 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기술 스타트업이나 AI, 양자컴퓨팅 기업 등에 여러 차례 지분 투자를 진행하며 미래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발걸음도 재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활용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고 다양한 응용처를 개발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IT업계에서 눈독들이는 분야"라며 "정부에서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과 맞물려 핵심 초기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