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어려운 바이오분야 신규사업 허위 홍보사모CB 발행해 비상장주식 취득 등 ‘눈속임’‘묻지마 투자’ 주의…사업보고서 확인해야
  • #사례 1.
    기업사냥꾼 ㄱ은 무자본으로 인수한 상장회사 A의 보유자금 50억원을 페이퍼컴퍼니 B에 대여했다. 공모세력인 B의 경영진 ㄴ이 이를 인출해 자금을 유용하고, A사로 하여금 결산 직전에 투자조합 C에 50억원을 이체하게 한 후 이를 다시 B사를 거쳐 A사로 이체했다. B사에 대여한 A사 자금을 회수한 것처럼 자금유용 사실을 은폐하고, 재무제표상 투자자산 50억원을 허위계상했다.

    #사례 2.
    주가조작 전력자 ㄷ은 저축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으로 상장회사 E사를 무자본 인수하는 과정에서 실제 인수주체를 숨기기 위해 실체가 하나임에도 서로 무관한 다수 법인이 인수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E사가 기존 사업과 무관한 해외 관광객 유치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하면서 사업실적 및 전망을 과장해 언론에 배포했다.

    금융당국이 날로 지능화되며 소액투자자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 무자본 M&A를 척결하기 위해 현미경을 들이댔다. 조사 결과 24개사는 대규모 사모CB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비상장주식 취득에 사용하거나, 시세차익 실현을 위해 바이오 등 허위 사업 진출을 홍보하는 등 투자자들을 속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금융감독원 장준경 공시조사 담당 부원장보는 여의도 금감원 브리핑실에서 이같은 기획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2월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검찰 협의체를 구성해 불공정거래조사를 진행,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가 심각한 무자본 M&A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했다.

    무자본 M&A는 기업 사냥꾼이 사채업자나 저축은행 등에서 자금을 차입해 차명으로 상장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인수대상 회사를 담보로 차입자금을 마련하는 방식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자금에 대한 높은 이자를 감당하려고 무리하게 시세 차익을 추가하면서 주가를 띄우고자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저지르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를 일으킨다.

    무자본 M&A 추정 기업 67사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사한 결과, 24개사의 최근 1~3년간 위법행위를 적발했다. 유형별로는 부정거래 5개사, 공시위반 11개사, 회계분식 14개사 등으로, 부정거래 5개사에서 발생한 부당이득금 규모만도 1300억원에 달한다. 위법 사항은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이 완료된 건과 현재 금감원 조사·감리 중에 있는 사안이 혼재한다.

    24개사는 무자본 M&A 진행 과정에서 인수·자금조달 및 사용·차익실현 등 각 단계별로 각종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

    우선 무자본 인수 단계에서는 인수주식을 사채업자 등에게 담보제공한 사실을 은폐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영참여 목적으로 주식을 5% 초과 취득했음에도 미보고하거나 주식을 저축은행 등에 담보로 제공하고도 대량보유보고서에 사실을 누락하거나 취득자금 원천을 자기자금으로 허위기재했다.

    자금조달·사용 단계에서는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이 이뤄졌다. 적발 대상 회사 24개사는 최근 3년간 1조741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사모CB 발행 1조228억원, 사모증자 5106억원 등 사모 방식이 전체 92%를 차지했다. 이들은 조달 자금의 74%에 달하는 1조2910억원을 비영업용 자산에, 특히 비상장주식(1조829억원)을 고가에 취득하는 등 대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유용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회계처리했고, 중요자산 양수도 시 이사회결의 익일까지 주요 사항 보고서를 제출해야했음에도 하지 않았다. 대규모 자금 조달에도 최근 3년간 재무상태와 경영상태는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차익실현 단계에서는 시세차익을 실현하고자 신규 바이오사업, 해외시장 진출 등 테마와 관련한 허위의 호재성 정보를 언론에 배포하는 등 작전세력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종해 투자자를 유인했다. 24개사 주식의 최근 3년간 최저가와 최고가 차이는 평균 13.8배로 주가변동폭이 컸고, 이 중 4곳은 20배를 넘어섰다. 급격한 주가변동의 상로 '투자주의' 등 시장 조치를 받은 회사는 23곳에 달했다. 

  • 금감원은 최근 무자본 M&A의 수단이 지능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종전에는 사업의 실체가 없는 허위 해외사업을 주요 부정거래 수단으로 사용하는 등 부정거래 양태가 비교적 단순했지만 최근에는 최소한의 실제 사업 외형을 구비하고 제약·바이오 관련 원천기술 등 검증이 어려운 신규사업을 부정거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금감원은 바이오사업 외에도 해외 대마초 재배·중국 등 해외 여행업, 에너지사업 진출 등 검증이 쉽지 않은 다각도의 방식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소수의 관련자만 상장기업 인수에 관여하던 종전과 달리 최근에는 투자조합, 사모펀드, 휴면법인(SPC) 등을 통하여 다수의 관련자가 조직적으로 인수함으로써 실질 인수주체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수 자금, 추가 자금 조달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 대부업체 차입자금 등으로 소규모 기업을 인수한 후 회사 내 유보자금을 타법인 출자 등의 방식으로 횡령하는 등 단순한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법인(SPC)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회사를 인수하고, 인수 이후에도 신규사업 진출 명목으로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 대규모 신규자금을 조달하는 등 외형을 확대해가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금융당국의 감시에도 이같은 무자본 M&A 행위가 반복돼 소액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금감원은 감시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행정력 보강 등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장준경 부원장보는 "위법행위들이 자꾸만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감원이 지난 2월부터 협의체를 운영한 1년간 성과도 있었지만 이를 토대로 일부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확정된 사안은 없지만 조직이나 인원 보강 등도 검토 중에 있고, 관련 부서 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부원장보는 "향후 자본시장에서 기업 경영권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각종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관련 부서 간, 유관기관 간 긴밀히 협업해 지속적으로 불공정거래 행위 등에 대한 기획조사를 확대하고 위법행위 발견 시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묻지마 투자'를 지양하고, 사업보고서를 통해 무자본 M&A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투자자 유의사항을 조언했다.

    우선 최대주주의 실체가 불분명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대주주가 정보 접근이 어려운 비외감기업이나 조합 등 실체가 불분명할 경우 무자본 M&A로 의심된다. 이는 사업보고서 '주주에 관한 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사모CB를 자주 발행하는 기업도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사채업자 등으로부터 일시 차입한 자금으로 사모증자 등의 대금납입이 이뤄지고 상환을 위해 납입 즉시 사외유출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사업보고서 '회사의개요-자본금 변동사항'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자금조달 이후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취득하는 기업도 무자본 M&A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조달한 자금을 유용하는 수단으로 비상장주식 고가취득, 조합출자 및 관계회사 대여 등 수법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투자자는 사업보고서 '재무에 관한 사항-재무제표 및 주석'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업종과 관련이 없는 신규 사업에 진출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언론에 홍보하는 기업들도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해외 법인을 통한 바이오사업 진출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워 주가를 올리기 위한 소재로 사용되는 경우가 잦다. 이는 사업보고서 '사업의 내용'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주가조작 전력자와 연계된 기업에 근무 경력이 있는 임직원이 있다면 투자 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주가조작 범죄는 재범률이 높고, 전력자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다수다. 사업보고서의 '임직원 등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고 임원의 과거 근무 기업 기사를 검색함으로써 투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장 부원장보는 "투자자들은 무자본 M&A세력의 불법행위로부터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해당 기업 투자 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