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10대 뉴스 선정'가정간편식·배달·생수' 신성장동력 떠올라일본 불매운동 장기화·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악재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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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己亥年)이 저물고 있다. 올해 유통업계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다.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위기를 맞은 전통의 유통 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모두 수장을 교체했고, 내실경영을 강화했다. 전례 없는 생존경쟁에 들어가며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유통업계를 분야별로 나눠 2019년 이슈들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2019년 식품업계는 불황과 함께 실적 정체는 물론 일본의 수출규제,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연이어 터진 악재들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식품업계는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올해를 뜨겁게 달군 식품업계의 10대 뉴스를 한 눈에 살펴봤다.◇日 불매운동 장기화… 일본 지우기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우대국(백색국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결국 강행하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거셌다. 일본 관련 제품을 판매하던 업체들은 재고처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예정된 마케팅 활동이 줄줄이 취소됐다.
특히 롯데 계열사들은 일본 불매운동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적극적으로 소주 처음처럼이 한국 제품임을 알리는 마케팅에 나섰지만 주류 부문의 매출 부진을 막지 못했다.
식품업계는 일본산 원료를 배제하는 등 일본 지우기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불매운동 초 논란이 된 햇반에 사용되는 일본산 미강 추출물을 국산으로 변경했다. 오뚜기도 맛있는 오뚜기밥 용기 중 5% 가량을 차지했던 일본산 용기 사용을 중단했다. 이 외에도 대상, 삼양사 등 자사 제품에 포함되는 일본산 원료를 대체하기도 했다.◇매년 줄줄이 가격인상
식품업계엔 가격인상이 잇달았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최저임금이 7530원에서 8350원으로 인상되며 식품업계가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이 1월 햇반·어묵·장류 등 7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햇반(210g)을 1480원에서 1600원으로 올리는 등 평균 9% 인상했다. 햇반 컵반 스팸마요덮밥은 2980원에서 3180원으로 평균 6.8% 올랐다. 이어 4월에는 두부와 낫토 등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 품목 가격을 평균 9.4% 인상했다. 이에 따라 풀무원도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 가격을 평균 5.6% 올렸다.
제과업계 역시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롯데제과는 5월 빠다코코낫, 야채크래커, 제크, 롯데샌드 등 비스킷 4종의 가격을 1400원에서 1500원으로 100원 인상했다. 4월엔 설레임과 월드콘 가격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 인상했다.◇에어프라이어 대중화
에어프라이어가 조리시 기름이 튀지않고 연기나 미세먼지 걱정이 없다는 호평 속에 판매가 증가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에어프라이어 판매량은 28만7000대로 전년 대비 285.9% 증가했다. 오는 2023년엔 에어프라이어 판매량이 13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에어프라이어 전용 상품도 대거 쏟아져나왔다. 신세계푸드의 올반 에어쿡, 동원F&B의 퀴진 에어크리스피 등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 역시 에어프라이어 조리에 최적화한 고메 시리즈를 출시했다. -
◇불황에도 'HMR' 성장 지속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간편함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힘입어 국내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매년 고공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가정간편식의 성장, 외식업계에 위기인가 기회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HMR 시장 규모는 국내 출하 기준으로 2013년 2조841억원에서 2017년 3조7909억원으로 5년간 8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는 약 4조원, 올해는 5조원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으로 간편하게 데워먹을 수 있는 것에서 벗어나 맛과 품질은 물론 가성비, 편의성, 패키징, 조리방법 등이 세분화시켰다. 최근에는 소비자 입맛이 고급스럽게 변하고, 동시에 간편한 식사를 원하는 트렌드 덕에 밀키트(반조리 음식) 시장도 성장세다.
◇새로움+복고='뉴트로'
식품업계에서 '뉴트로(Newtro)'도 빼 놓을 수 없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중·장년층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재미있고 신선한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식품업계는 오래 전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80년대 제품을 뉴트로풍 패키지로 리뉴얼 한 제품들을 출시했다. 대표적으로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는 겨울을 맞아 다시 한 번 옷을 갈아 입었다. 바나나맛우유는 2016년부터 매 겨울마다 시즈널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동원F&B의 34년 전통 양반김은 1986년 출시 당시 디자인을 활용한 제품 패키지를 선보였다. 오리온도 부드러운 식감과 분유와 비슷한 특유의 맛으로 큰 호응을 얻은 베베를 재출시 하자마자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
◇친환경 경영 박차
식품업계는 올해 친환경 경영에 집중했다. 친환경을 넘어 반드시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필(必)환경을 중요시하는 그린슈머가 늘자 업계는 포장재 기술 개발과 포장재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낸 것.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가정간편식(HMR) 온라인몰 더반찬은 최근 신선포장에 사용하던 기존 아이스팩을 얼린 동원샘물로 교체했다.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오리온은 70억원을 투자해 환경 친화적 포장재 생산을 위한 플렉소 방식의 인쇄설비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음료업계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기존 유색 페트병에서 무색으로 변경했다.
◇"새벽배송에 정기배송까지" 배송의 진화
새벽 배송시장은 2015년 100억원대에서 올해 80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1인가구·맞벌이 가구의 증가와 신선식품 및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니즈 확대가 성장을 견인한 것. 이에 새벽배송과 정기배송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가정간편식 전문 온라인몰 더반찬은 롯데홈쇼핑과 손잡고 가정간편식 정기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국야쿠르트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제품을 주문하면 프레시 매니저 제품을 배달해주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초록마을 당일배송 서비스인 초록배송을 론칭하고 까운 초록마을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배송, 당일 주문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오리온도 뛰어든 1조원 '水전쟁'
물을 사 마시는 소비자가 늘면서 국내 생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생수 소매시장 규모는 2016년 7298억원, 2017년 7754억원, 2018년 825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개발공사 삼다수, 롯데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는 물론 대형마트·편의점 자체브랜드(PB) 등에 식품 제조사인 오리온도 출사표를 내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더 다양해졌다. 생수시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200mL, 300mL, 1L 등 다양한 용량의 제품이 출시, 소비자 편의성도 높아지고 있다. -
◇아프리카돼지열병 상륙
경기북부에서 지난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식품업계의 시름에 빠졌었다.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ASF이 확산되면 업계의 돼지고기 수급이 차질을 빚거나 관련 식품 소비가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9월17일 ASF 발병을 처음 공표한 이래 10월까지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등 3개 시·군에서만 11만985마리를 살처분하기도 했다. 이에 ASF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날 국내 돼지고기 경매가격은 33% 가까이 급등한 바 있다.◇식품X패션 콜라보 봇물
식품업계는 올해 패션업계와 손잡고 경계를 뛰어넘는 컬래버레이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색다른 시도로 진부하고 고루한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1020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함이다.
하이트진로는 온라인 패션몰 무신사에서 참이슬 오리지널 팩소주의 모습을 띤 참이슬 백팩을 출시, 판매 개시 5분 만에 400개가 다 팔렸다.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도 최근 남성 의류 쇼핑몰 4XR과 협업해 곰표 패딩, 곰자수 맨투맨 등을 선보였다. 특히 곰자수 맨투맨 그린은 5차 판매까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