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이익률-순익', 2년만에 반토막자본 위축 속 차입금 급증… 재무건전성 하락佛 아르케마 폴리머사업 등 투자자금 등 부담 작용무디스-S&P 등 국제 신평사, 등급 줄줄이 하향 조정도
  • ▲ SK종합화학. ⓒ성재용 기자
    ▲ SK종합화학. ⓒ성재용 기자

    업황 침체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SK종합화학이 흔들리고 있다. 실적 반등 조짐이 불투명한 가운데 사업다각화를 위해 추진한 인수 작업에 따른 자금소요로 재무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급기야 기업 신용등급마저 강등됐다.

    27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SK종합화학은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액 9조1228억원, 영업이익 4340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매출(9조5892억원)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 비해 4.86%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5743억원에서 24.4% 줄어들었다.

    2017년 3분기 이후 2년 연속 감소세에 있는 영업이익(7727억원)과 순이익(7204억→3706억원)은 2년새 반 토막이 났으며 영업이익률(4.75%)은 2016년 3분기(10.8%) 이후 3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올레핀 및 합성수지 부문은 2019년 유가 하락, 미중 무역 분쟁 등 부정적 영업환경 등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로 외형이 축소됐다. 또 북미 ECC(에탄 분해설비) 본격 가동에 따른 수급 악화로 스프레드가 축소됨에 따라 3분기까지 올레핀 부문의 수익성 저하가 뚜렷했다. 방향족 및 중간제품은 판매량 축소, 판가 인하 등으로 외형이 축소되고 이익창출이 감소했다.

    문제는 수급 악화로 수익성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이익기여도가 높은 에틸렌, 프로필렌, 파라자일렌(PX), 스티렌모노머(SM) 등의 과잉공급이 심화돼 마진이 축소될 전망이다.

    특히 매출액의 29.4%(3분기 기준)을 차지하는 PX의 경우 중국발 공세에 휘청거리고 있다. 중국 내 PX 자급이 늘면서다.

    최근 중국 유화업체 헝리(Hengli)는 올 상반기 연 450만톤 규모의 PX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또 다른 중국 유화업체 헝이(Hengyi)는 브루나이에 지난달 연 150만톤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중국 시노켐 홍런과 시노펙 하이난도 이달 각각 연 60만톤, 100만톤 PX 공장을 가동한다. 최근 시험 가동을 시작한 저장석화의 연 400만톤 규모 PX 신규공장이 내년 1월 본격적인 가동에 나설 전망이다.

    올해 11월부터 석달간 중국 PX 신규설비만 1160만톤이다. 국내 PX 연간 생산능력(풀케파)인 1048만톤을 넘어선다. 한국신용평가 분석 결과 중국의 PX 자급률은 지난해 약 40%에서 2020년 6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급여건에 따라 PX 가격은 떨어지는 반면 원가인 나프타 가격은 오르면서 수익성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석유화학협회 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PX 가격은 톤당 824달러(12월20일)로, 지난해 12월21일 1006달러에 비해 18.0% 떨어진데 반해 같은 기간 나프타 가격은 468달러에서 575달러로 22.8% 증가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에틸렌 역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미국 석유화학기업들이 지난해 말부터 종전보다 저렴해진 셰일가스를 이용해 에틸렌 설비 가동률을 높이면서 공급물량이 풍부해진데다 미국과 아시아의 차입거래가 열리면서 가격이 주저앉고 있다.

    에틸렌 가격은 톤당 751달러로, 지난 달(11월22일) 821달러보다 8.52%, 지난해 12월21일 941달러보다 20.1% 하락했다.

    급기야 대만 포모사, 인도네시아 찬드라 아스리 등 아시아의 석유화학기업들은 이미 감산 조치에 들어갔으며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감산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중국의 PDH(프로판탈수소공장) 증설 등으로 프로필렌 수급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SM의 경우 중국의 반덤핑관세 부과 영향으로 판매량 회복이 불투명하고, 중국의 공급 확대 및 수요 부진으로 수급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국제유가 하락, 판매량 감소 등으로 외형이 전년대비 축소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인한 수요기반 약화, 북미 ECC 공급 확대 등에 따른 에틸렌 과잉공급 심화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이익창출규모는 전년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미국 텍사스 다우공장 단지 내 SK종합화학 에틸렌아크릴산(EAA) 설비. ⓒ연합뉴스
    ▲ 미국 텍사스 다우공장 단지 내 SK종합화학 에틸렌아크릴산(EAA) 설비. ⓒ연합뉴스

    또 다른 문제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신규 사업 인수 등으로 자금소요가 증가하면서 재무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진 영업실적 부진으로 자본총액(4조916억원)이 2년 연속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부채(3조164억원)는 57.4% 급증하면서 부채비율이 3분기 기준 최근 5년 중 최고치(73.7%)를 기록했다.

    차입금(1조4485억원)의 경우 지난해 3분기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하는 등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차입금의존도(35.4%) 역시 최근 5년 평균 25.4%를 상회했다.

    앞서 SK종합화학은 2017년 미국 다우케미칼로부터 EAA(에틸렌 아크릴산)와 PVDC(폴리염화비닐리덴) 사업 부문 인수(4767억원), 올해 6월 중국 정유업체(우한분공사) 인수 관련 자금소요(1890억원) 등으로 투자부담이 가중됐다.

    또한 내년 4월 예정인 프랑스 석유화학기업 Arkema로부터 고기능성 폴리머사업 부문 인수(4400억원)가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부담은 중·단기 현금흐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밖에 2017년 이후 배당금 지급 규모(2017년 3449억원, 2018년 8000억원)가 확대된 가운데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부문 등에 대한 투자 계획 등을 감안하면 높은 배당 성향은 중·단기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중단기적으로 현금 흐름 저하 및 차입 부담 확대 등 재무안정성의 추가적인 저하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원종현 한신평 실장은 "내년 상반기 M&A 관련 자금소요가 발생할 예정인 가운데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투자자금 소요 확대에 따라 주요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의 배당금 지급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향후 유가, 글로벌 경기 등 대외환경 추이, 주력 제품 수급, 중국의 PX 자급률 제고 수준과 이에 따른 영업실적 변화, M&A 관련 추가적인 대규모 자금지출 발생 여부와 차입금 부담 변화 수준, 재무정책 등을 지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8월 무디스가 신용등급(Baa1)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고, 이달 들어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시켰다.

    S&P는 "SK종합화학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은 석유화학 사업의 변동성과 거시경제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석유화학 수익성은 2017년 정점을 지났으며 업체들의 생산설비 확장이 완료되면 수익성은 더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유 및 석유화학 수익성이 예상보다 악화되고 유가변동성이 커져 영업현금흐름이 크게 약화될 경우 신용등급이 추가 하향될 수 있다"며 "또 SK이노베이션이 투자와 배당금 지급을 크게 늘리는 등 더 공격적인 재무정책을 취할 경우에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