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 수출 위축 등 악재 예상… 정부, 실무대책회의 열어세계경기 반등 업고 경기회복 기대감 꺾이나… 불안정성 확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군부 수장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하면서 세계 정세가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한해 미중 무역전쟁 악재에 시달렸던 세계경제가 연초부터 대형 악재에 직면한 것이다. 때문에 세계경기 반등에 힘입어 회복을 노리던 한국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는 6일 외교부와 국방부 외에도 산업부, 국토부, 해양수산부 등 주요 경제부처까지 참여한 실무대책회의를 열고 중동지역 정세 악화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한국정부가 가장 먼저 처한 딜레마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면서 한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으로 자칫 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 편에 설 경우 당장 제기되는 중동에 체류중인 2500여명에 달하는 한국 국민의 안전은 물론, 석유 공급 등 세계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란이 펼칠 외교전에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로 꾸려가는 한국경제의 불안정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 미군 공습에 사망한 이란 군부 수장 솔레아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연합뉴스
    ▲ 미군 공습에 사망한 이란 군부 수장 솔레아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연합뉴스
    실제로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시작했다. 브렌트유는 3.55% 오른 68.6달러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원유(3.06%), 두바이유(3.20%) 등 주요 유가가 동반상승하고 있다.

    금융시장도 요동쳐 3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33.92p 떨어진 2만8634.88로 마감했다.

    유가 상승은 한국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한국은 지난해 5월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에 동참 하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지만 전세계 유가가 동시에 급증하면서 실물경제에 상당한 악재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수출업계가 기대했던 반등효과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규모는 전년대비 10.3%가 감소했다. 두자릿수 감소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3.9% 이후 10년만이다.

    이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치솟는 유가는 올해 2.4% 성장치를 목표로 삼았던 경제성장률 달성에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했다곤 하지만,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된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3.4%로 전망한 IMF 등 세계 주요 경제기관들도 이란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보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높게 잡은데에는 세계 교역량이 3.2%가량 늘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지만 이란사태가 확산 및 장기화될 경우 미중 무역전쟁보다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기재위의 한 전문위원은 "정부가 설정한 올해 경제성장률 2.4%는 반도체 업황 회복 등 수출 반등을 기반으로 한 수치"라며 "이란사태로 유가가 급등하고 수출 불안정성이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