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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에게 주는 구직급여(실업급여)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8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어나는 등 고용안전망이 강화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자리 양극화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의 허리인 30·40대와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수는 감소세를 면치못했다.
고용노동부가 13일 내놓은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19년 12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60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0%(753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한해 동안 누적 지급액은 총 8조913억원 규모다. 연간 실업급여 지급액이 8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2018년 6조4549억원과 비교하면 25.4%(1조6364억원) 급증했다. 한달 지급액이 7000억원을 넘긴 것도 4번(4·5·7·8월)이었다.
지난해 12월 총 41만9000명이 실업수당을 받았다. 1년전보다 11.4%(37만6000명) 늘었다. 신규 신청자는 9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15.7%(8만3000명) 증가했다. 1인당 평균 144만원을 받았다. -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세는 그만큼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정부는 고용 안전망이 강화된 게 지급액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는 태도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늘면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연간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67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3.9%(51만명) 늘었다. 2007년(51만4000명) 이후 12년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실업급여 상·하한액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90% 수준으로 정한다.
문제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늘긴 했지만, 정부가 혈세를 들여 만든 세금 주도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일자리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84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42만8000명 증가했다.
산업별로 보면 서비스업에서 43만4000명 증가했다. 재정 일자리로 보이는 보건복지가 13만5000명 늘어 증가를 견인했다. 숙박음식, 전문과학기술에서도 6만6000명과 4만7000명이 각각 늘었다. 반면 제조업은 1만7000명 감소했다. 식료품과 조선업 포함 기타운송장비에서 각각 7000명과 5000명이 늘었지만, 자동차에서 1만명, 기계장비에서 5000명이 각각 줄었다.
나이별로는 60세 이상에서 19만3000명, 50대 15만8000명, 29세 이하에서 4만명이 각각 증가했다. 30대는 1만8000명, 40대는 5만4000명이 감소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15만7000명, 여성이 27만명 증가했다. 제조업과 30·40대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가 12월에도 이어진 셈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혈세로 일자리안정자금을 지급하면서 고용보험 가입을 독려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입이 낮았던 숙박음식업과 공공일자리를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경기 침체 장기화로 골목상권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급 자격을 가진 신규 가입자의 실업급여 신청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노동부도 정부 정책의 효과를 부인하지 않는다. 노동부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와 관련해 △고용여건 개선 △서면근로계약 문화 확산과 함께 △초단시간 근로자 가입요건 완화 △두루누리사업·일자리안정자금 지원 확대 등 정책적 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부연했다. -
눈에 띄는 부분은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폭이 지난해 8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54만4000명에서 8월 54만5000명으로 증가 폭이 주춤하더니 9월 들어 50만9000명, 10월 51만1000명, 11월 47만7000명, 12월 42만8000명으로 줄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상반기에 조기 투입하면서 하반기 들어 혈세 투입의 약발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50세 이상 가입자 수를 봐도 지난해 8월 40만5000명이던 것이 9월 들어 39만5000명, 10월 39만7000명, 11월 38만6000명, 12월 35만1000명으로 내리막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로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