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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12·16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 수도권 청약시장에서 신기록이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 무순위 청약에서 3만대 1이라는 전대미문의 경쟁률이 나오는가 한편 새 아파트 청약가점도 치솟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새 아파트 당첨은 '로또'나 다름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책의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가격통제으로 인해 '풍선효과'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6일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14일 인천 '부평두산위브더파크' 미계약분 4가구 무순위 청약에 4만7626명이 접수, 무려 1만190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9㎡B형에는 1가구를 모집하는데 3만66명이 신청했다.
청약 자격 제한이 없는 무순위 청약이란 변수도 작용했지만 3만명이 넘은 청약자가 몰린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란 분석이다.
지난 10~13일 진행된 경기 안양 만안구의 '아르테자이' 미계약분 8가구 무순위 청약에도 3만3524명이 몰려 평균 41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무순위 청약이란 계약 포기나 부적격으로 청약이 취소된 미계약 분을 무작위로 추첨해 당첨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청약통장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다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으며 재당첨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에는 서울 강남 등 집값이 높은 지역에서 활발히 이뤄졌는데 최근 정부의 12·16대책 발표 이후 규제가 덜한 9억원 미만 아파트가 몰려 있는 비규제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한 계자는 "이들 지역에서 무순위 청약은 전매제한이 6개월로 짧아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한 현금부자들의 투자처"라며 "과거에는 시세차익이 큰 서울에 집중됐다면 최근에 지방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 당첨가점도 치솟고 있다. 12·16대책 이후 처음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청약을 진행한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의 경우 평균 가점이 66점으로 나타났다. 최고 가점은 만점(84점)에 가까운 79점이다.
4인 가구가 현행 청약 가점방식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점수가 69점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게다가 이 아파트는 가장 작은 면적대인 전용 39㎡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분양가가 9억 원이 넘어 '중도금 집단 대출'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현금부자만 청약이 가능했는데도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자 청약 고득점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 정책이 오히려 현금부자를 위한 '로또 아파트'를 양산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3일 발표한 송파구 '호반써밋송파' 1·2차 아파트의 당첨자 최저 가점은 각각 59점, 61점, 지난해 11월 발표된 서초구 '르엘 신반포 센트럴' 아파트의 당첨 최저 가점은 69점이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5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분양가격은 더 낮아져 청약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현금부자에게만 기회를 주는 현행 청약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