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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세 세입자들이 집주인들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전세금이 3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새 4배이상 급증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투자방식)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피해를 보는 세입자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 대표)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실적·사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발생한 보증사고는 1630건, 344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372건, 792억원에 비해 건수는 4.4배, 금액은 4.3배 늘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 가입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2017년(33건, 75억원)에 비해선 40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2013년 도입된 전세금 반환보증은 전세 세입자가 보증에 가입하고 계약기간이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인 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금을 세입자에 지급하고 차후 집주인에게 구상권 등을 청구해 받는 제도다.
2015년 7221억원에 불과했지만 2017년 9조4831억원, 2018년 19조367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는 15만6095건에 30조6444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40% 가량이 늘었다. 그만큼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떼일 걱정에 상품 가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나마 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한 세입자는 보증사고가 발생해도 HUG가 대위변제를 해줘 구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수수료가 부담스러워 상품가입을 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사례가 더 많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 경매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세입자가 사는 집이 경매에 넘겨진 경우가 2만7930건에 달했고 이중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한 경우는 40.7%에 달했다.
'깡통전세'에 사는 세입자 10명중 4명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들이 돌려받지 못한 전세금은 3672억으로 세입자 1가구당 평균 3230만원에 달했다.
이중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조차도 보전받지 못하고 보증금 전액을 고스란히 날린 세입자가 482명으로 보증금 총액은 282억원이었다. 집이 경매에 들어가도 10명중 1명은 무일푼으로 쫓겨난 것이다.
최근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피해가 크게 늘어난 것은 3~4년전 부동산시장의 큰 흐름이었던 '갭투자'의 후유증인 것으로 분석된다.
갭투자는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을 낀채 적은 돈을 들여 투자하는 것으로 젊은층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졌다. 집값이 계속 상승하는 부동산 호황기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연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집주인이 대출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거나 집값이 떨어지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요구할 때 제때 돌려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 상태에서 전세보증보험 가입 말고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정부가 세입자들의 전세보증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 주택임대사업을 하는 사업자에게는 보증금을 변제할 자본금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며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과 정보 공개를 강화하는 등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