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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임상이 중단됐던 NK/T세포림프종 치료제 '앱비앤티셀(EBViNT Cell)'의 임상이 이달 내에 재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호텔에서 뉴데일리를 만나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유틸렉스를 지난 2015년 설립한 권 대표는 지난 1989년 킬러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수용체 '4-1BB' 발견을 시작으로 다수의 면역관문활성물질을 세계 최초로 발견·발굴한 인물이다. 면역관문활성물질은 지난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면역관문억제제와 반대의 기전을 가졌다.
권 대표는 "1월 중에는 앱비앤티셀 임상이 재개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앱비앤티셀은 지난해 4월 식약처로부터 실태조사를 결과 임상 2a상이 중지됐다. 조사 결과 임상시험에 혈액을 제공한 공여자 이름의 이니셜을 잘못 기록한 것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유틸렉스는 앱비앤티셀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 혈액을 제공한 건강한 사람 3명의 데이터를 제출했다. 이 중 1명의 영문 이니셜이 KMH에서 KHH, KHM으로 잘못 표기됐다. 식약처에서는 총 5명의 혈액공여자 중에서 2명이 시제품 생산에 실패해서 해당 데이터를 제외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컴플라이언스(compliance)가 중요한 바이오업계에서는 치명적인 실수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19일까지만 해도 11만 500원이었던 유틸렉스의 주가는 해당 공시 이후 3일 연속 급락해 10만원대의 벽이 무너졌다. 유틸렉스의 주가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5만 97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권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이 일으킬 수 있는 실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모든 시스템을 디지털화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이번 일로 신뢰를 잃었다"며 "모든 시스템을 휴먼 에러(human error)가 들어오지 않도록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임상이 재개되면 유틸렉스는 투트랙으로 앱비앤티셀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CRO(임상시험수탁) 기관을 통해 임상을 진행하고 한국에서는 국내 임상 2상을 재개해 내년 중반까지는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세포치료제는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상 2상 결과로 식약처 승인을 받으면 바로 시판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혁신치료제 지정(Breakthrough Designation)'이라는 신약 신속허가 제도를 통해 임상 2상 후 빠른 신약 허가를 받겠다는 게 권 대표의 계획이다. 앱비앤티셀의 경우 표준치료제가 없고 생존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다만, 혁신치료제로 지정이 될 경우 상용화가 빠른 대신 시장이 작아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앱비앤티셀의 타깃 적응증인 악성 림프종의 경우 환자수가 다른 암 종에 비해 발병 환자수가 적은 편이지만 글로벌 매출을 고려하면 적은 숫자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또한, 림프종을 필두로 폐암, 유방암 등 다양한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에 권 대표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투자 유치를 위해 딜로이트가 주관하는 바이오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미국 자회사를 세울 부지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를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유틸렉스는 지난 2017년 10월 면역항암제 연구·개발 목적으로 미국 자회사인 유틸로직스(Eutilogics Inc)를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바 있다. 이번에 샌디에이고로 미국 법인을 옮기고 주로 미국 내 임상을 담당시키려는 게 권 대표의 계획이다.
권 대표는 "이번에 자회사의 부지를 정하고 사람들을 10명 정도 고용하려고 왔다"며 "유틸로직스에는 주로 미국 내 임상을 담당시키고 좋은 인재들을 영입시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초 이번 미국행에 권 대표와 동행하기로 한 최수영 신임 사장 대신 에드윈 유틸렉스 CFO가 미국 출장을 수행했다. 최 사장은 식약처와 앱비앤티셀 임상 재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한국에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