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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주요 전기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데 이어 국내 시장까지 전선이 확장됐다.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되고 있는 유럽 시장 역시 전장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들을 둘러싼 전쟁도 시작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공격적으로 해외투자를 늘린데 이어 해외 전기차 시장보다는 크지 않지만, 성장세를 무시할 수는 없는 국내시장에서도 '집토끼' 공략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 전략을 보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4만2000대에서 2022년 15만3000대, 2030년 44만대까지 늘어나 전체 완성차 시장의 24.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현대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을 설립해 국내에 공장을 짓는 것을 포함한 협력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사 모두 "확정된 것이 아니라 검토 단계"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양사의 오랜 협력관계를 봤을 때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투자금액과 공장 위치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양측이 각각 1조원 수준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진 것으로 미뤄보면 생산능력이 최대 25GWh 규모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LG화학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은 70GWh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기아차가 내년부터 자사 전기차에 적용할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에 2024년까지 10조원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대규모 수주를 지난달 따냈다.
현대·기아차는 2021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배터리 물량을 발주하고 이번에 SK이노베이션이 1차 물량을 수주한 것이다. 규모는 50만대인 것으로 알려졌다.만약 LG화학과 현대차가 합작법인을 설립할 경우 여기에서 생산되는 물량도 E-GMP용으로 현대차가 발주할 2~4차 물량의 일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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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앞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현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 바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1조원을 출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단계적으로 총 2조7000억원을 투자, 3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기준으로 최고 40만대 규모다. 중국 1위 자동차 업체 지리자동차와의 합작법인 설립에 이은 두 번째 합작 생산 공장이다.공장 부지는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지역으로, 올해 상반기 중 착공에 들어가며 양산된 배터리는 GM의 차세대 전기차 20여종에 공급된다.
이로써 LG화학은 2012년 가동에 들어간 미시건주 홀랜드 공장에 이어 두 번째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됐다. 글로벌에서는 5개의 자체 생산 공장과 합작 생산 공장 등 모두 7개의 생산기지를 갖춘 셈이다. 볼보자동차그룹과도 배터리 장기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에 제2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 포드의 첫 전기 픽업트럭을 포함한 전기차 모델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채택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기공하고 현재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배터리 수주가 늘어나면서 추가 공장의 필요성이 높아져 2공장 건설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이전까지 SK이노베이션은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해왔다. 중국 5대 자동차 기업인 베이징자동차, 현지 전기차 판매량 2위인 베이징전공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BESK'를 설립했으며 지난해 말 배터리셀 공장 'BEST'를 준공,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
2022년에는 한국 서산, 중국 헝가리 공장과 함께 글로벌 4각 생산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생산능력은 현재 19.7GWh에서 60GWh까지 확대된다. 미국 공장의 경우 1공장에서 전기차 20만대분, 2공장에서 전기차 40만대분에 들어갈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북미, 중국과 함께 3대 전기차 시장으로 평가받는 유럽이 다음 전장이 될 전망이다. 유럽이 2021년부터 탄소배출권 규제 등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쳐 친환경차 인증 제도를 대폭 강화하면서 올해부터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도 친환경차 비율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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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 사업에서도 양사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포스코케미칼로부터 향후 3년간 1조8533억원 규모의 양극재를 대량으로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극재는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중 하나로, 배터리 성능과 용량을 결정하는 핵심 재료다. 특히 배터리 생산원가의 40%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포스코케미칼은 안정적인 양극재 양산을 위해 전남 광양시 율촌산단에 올 상반기 연산 3만톤 규모로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9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2021년까지 음극재공장의 2단계 증설 투자에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LG화학은 자체적으로 경북 구미시와 충북 청주시 양극재 공장을 신증설해 생산 비중을 늘릴 계획도 갖고 있다.
이에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벨기에 유미코아(Umicore)와 총 12만5000톤의 양극재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규모는 380㎞ 이상 주행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기준 100만대 이상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LG화학은 올해 유미코아의 중국·한국 공장에서 양극재를 공급받고, 2021년부터는 계약 물량의 절반 이상을 폴란드 현지에서 바로 받을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SK이노베이션은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해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분리막을 100% 자체 생산하고 있다. 소재 전문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통해 배터리 사업과의 협업을 더 고도화시킨다는 방침이다.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LiBS사업의 글로벌 양산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인 코발트도 대량 확보, 안정적인 배터리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세계 1위 코발트 생산회사인 스위스의 글렌코어(Glencore)와 올해부터 6년간 코발트 3만톤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LG화학은 2024년 배터리 부문 매출 30조원을 목표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100GWh 생산능력을 갖춘 글로벌 톱3 전기차 배터리 회사로의 도약'을 청사진으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