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경상수지 599억 달러…전년比 축소22년 연속 흑자에도 '불황형' 기조 이어져반도체 경기 부진, 세계경기 위축 영향 커수출 1년새 10% 급감…코로나 파급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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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2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으나 7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하며 불황형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해 반도체 가격 하락과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홍콩사태 등 세계경기 둔화로 수출이 수입보다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규모는 599억7000만 달러로 2018년보다 175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한은이 제시한 연간 전망치(570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지난 1998년 이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흑자 규모 자체는 2012년(488억 달러) 이후 가장 작은 규모를 나타냈다.

    이런 영향으로 수출은 전년보다 10.3% 급감한 5619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수입도 국제유가 하락과 반도체 제조장비 등 자본재 수입이 감소하면서 4851억1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전년보다 6.0% 감소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상품수지는 연간 768억6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32억3000만 달러 축소됐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도 2012년 이후 가장 작었다. 

    박양수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경기 호황(슈퍼 사이클)이 2016~2018년 종료되면서 기저효과가 사라져 크게 부진했다"며 "세계경제가 둔화하면서 상품수지가 크게 악화했고, 수출의존 국가에 우리나라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 단가가 크게 하락하며 규모 자체가 줄었고, 국내 경제 성장이 축소되면서 경기가 위축되고 관련 투자가 잘되지 않고 있다"며 "기계장비나 수입자제가 상대적으로 위축된 게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 중 상품수지 외에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는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비스수지는 연간 -230억2000만 달러로 적자에 머물고 있으나 여행 및 운송수지 개선으로 전년보다 63억5000만 달러 개선됐다. 그러나 적자 폭은 2017년과 2018년 이후 역대 3위 수준이다. 

    본원소득수지는 전년보다 73억 달러 확대된 122억 달러 흑자를 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의 배당금 수취가 늘어난 영향이다. 

    박양수 국장은 "수출입 감소에 따라 상품수지 중심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됐으나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는 개선되고 있다"며 "질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1월 경상수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한은은 판단했다. 

    박양수 국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가 2월부터 확산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효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작년보다 올해 세계경제와 반도체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신종 코로나 영향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 쪽 공장 가동 중단으로 수출 부문에 타격을 받으면 상품수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중국 항공편이 중단되거나 감축 운행하고 있는데, 운송수지 관련 마이너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 규모는 43억3000만 달러로 8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으나 1년 전 같은 달보다 흑자 폭이 5억8000만 달러 축소됐다. 

    상품수지 흑자도 16억 달러 감소한 50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480억4000만 달러에 그쳐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수입도 430억1000만 달러로 원유, 가스 등 에너지류 위주로 8개월 연속 감소했다. 

    한편 국제수지는 일정 기간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발생한 경제적 거래를 체계적으로 기록한 통계다. 무역 및 외환정책을 비롯한 각종 경제정책 수립이나 경제분석 등에 필요한 기초자료로 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