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통화유통속도 2004년 0.98 → 2018년 0.72, OECD 16개국 중 하락폭 가장 커만성침체 빠진 일본의 2배, 물가상승률도 더낮아… 장기침체 국면 접어들 수도우한폐렴에 소비 위축 우려… "친기업 정책으로 시중 돈 회전 늘려 활력 찾아야"
  •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주말에도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연합뉴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주말에도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연합뉴스
    저성장과 저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통화 유통속도 하락률은 OECD 16개 국가중 가장 빨라 침체국면이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10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분석한 '통화 유통속도 추이와 정책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의 총통화(M2) 유통속도(평잔기준)는 2004년 0.98에서 2018년 0.72로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였다. 통화 유통속도는 명목GDP를 통화로 나눈 것으로 시중에 돈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세계은행 통계를 기초로 OECD 16개국의 통화 유통속도 하락률(2018년 기준)을 비교해보면 한국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한국은 -3.5로 만성적인 성장침체에 빠진 일본의 -1.7보다 2배 가량 빨랐다. 반면 미국은 1.3, 호주는 2.5로 유통속도가 더욱 활발했다.

    이 같은 지표는 한국이 일본 이상으로 저성장·저물가 시대에 진입했다는 의미라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성장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돈의 회전속도가 빨라지고 반대로 저성장 및 저물가는 돈의 회전속도를 늦춘다는 얘기다.
  •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주말에도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연합뉴스
    실제로 한국경제성장률은 2015년(2.8%) 2%대에 진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난해는 2.0%를 기록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4%에 그치며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33위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물가 상승률이 낮은 곳은 그리스(0.2%)와 포르투갈(0.3%) 뿐이었고, 일본은 0.5%였다.

    여기에 중국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겹치며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지수에 대한 하방압력이 무거워지고 있어 경기침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국내 소비 감소치를 0.1%p(포인트)에서 0.4%p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연은 2001년 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의 월별 자료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 총통화 유통속도는 GDP 1% 증가시 1.3%, 소비자 물가상승률 1%p 상승시 0.8% 증가하는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CD금리가 전년보다 1%p 높아질 경우 통화유통속도는 2.2%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만성 고혈압이 동맥경화를 심화시켜 건강을 위협하듯, 경제활력 저하에 따른 저성장·저물가가 만연될 경우 경제의 기초체력이 소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동반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의 주체인 기업에 초점을 맞춰 법인세 부담 완화와 투자 및 R&D 지원 세제 강화,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 각종 규제 혁파 등 기업친화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 전략실장은 "돈이 시중에 도는 속도가 OECD 16개국 중 꼴찌라는 것은 우리경제의 체력이 크게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며 "세제와 노동시장 및 각종 규제 등을 기업친화적으로 개선하여 경제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