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불확실성 장기화… 선주들 투자 심리 위축지난달 수주실적 크게 둔화60여척 中 검사지연… 운항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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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한폐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조선·해운업계 타격도 현실화되고 있다. 사태 초기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전망이 대다수였지만,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자 선주들의 발주 심리가 위축되면서 업계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수치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국 조선업은 지난달 수주실적에서 중국에 크게 밀려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중국이 중소형 벌크선 발주가 잇따르면서 전세계 발주량의 70% 가까이를 쓸어담는 사이, 한국은 단 한 척의 수주 실적만 냈다.

    11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가 발표한 통계를 확인해보니 작년 1월에 비해 전세계 발주량(280만CGT)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선종인 14㎥ 이상급 대형 LNG 운반선이나 1만2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발주는 없었다.

    한국 조선업이 이같은 성적표를 낸 이유는 선주들의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예상치 못한 우한폐렴 사태가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면서 선주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선박 발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조선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 문제는 선주들의 관망세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주들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2020 환경규제'에 맞춰 더 비싼 연료인 저유황유를 쓰거나 스크러버(탈황장치)를 부착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처음 시행되는 규제라 선뜻 결정에 내리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여기에 우한폐렴 사태가 겹치면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최저치로 떨어지자 선주들이 고가의 저유황유를 사용하면서 폐선을 미루는 등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환경규제 시행에 따라 LNG나 LPG를 연료로 쓰는 친환경 선박의 신규 발주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우한폐렴으로 선주들의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조선 발주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처음 시행되는 환경규제에 대한 경험치가 쌓여야 하는 시기에 우한폐렴 리스크가 겹치면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도 속이 타긴 마찬가지다. 중국 춘절 연휴가 끝나면서 현지 공장이 본격적인 생산에 나서야 하지만 아직 공장가동률조차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현지 공장들의 가동률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세계의 항만물동량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철광석과 석탄 등을 운반하는 벌크선의 경우, 컨테이너선에 비해 중국 수요가 크기 때문에 가동 지연이 계속된다면 운임 하락 등의 악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중국 신조 및 수리 조선소의 휴업 장기화에 따라 선박운항 차질도 우려된다. 올해 상반기에 선박 정기검사를 받아야하는 약 60여척의 선박들이 검사지연으로 인한 증서기간 만료로 선박 운항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한폐렴이라는 변수 때문에 불확실성은 높아졌지만, 하반기에는 유가가 정상적으로 돌아오면서 업황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LNG운반선의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지금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