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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은 지난 13일 "매수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강남3구인 강남(-0.05%), 서초(-0.06%)·송파구(-0.06%) 재건축 단지 위주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보합세를 유지하던 신축도 매물이 적체되며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양천구(-0.01%)가 집값 상승 피로감 등으로 지난해 5월 이후 37주만에 하락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감정원 자료만 보면 서울 집값은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KB국민은행은 같은날 "명절인 설날을 보낸 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차츰 상승세가 완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강남구(0.06%), 송파구(0.09%) 등은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구로구(0.28%), 강서구(0.28%), 양천구(0.27%) 등이 순으로 다른 구에 비해 상승폭이 높았다"고 발표했다. 상승폭이 줄긴 했으나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감정원과 상반된 분석을 내놨다.
두 통계 모두 시장에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감정원 통계는 국내 유일의 국가공인 집값 통계로, 정부가 정책을 만드는데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이달 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안정 추세로 가고 있다"고 말한 근거도 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통계였다. 특히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6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KB국민은행 시세 역시 수십 년간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택담보대출 계산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시세 판단의 중요 자료다. 하지만 두 기관이 상반된 시세 자료를 내놓으면서 가뜩이나 불확실한 부동산 시장에 더 큰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클 때 가격 시세가 서로 다를 경우, 시장 참여자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각 기관이 내놓는 자료의 장단점을 파악해 시장을 정확하게 진단한 뒤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감정원 통계에 대해선 정부 정책 효과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서울에서 실거래된 아파트 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10% 이상 올랐음에도 감정원의 매매가격 통계로 보면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