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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이자 세계 2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CI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밀려 백기를 들었다. 지속적인 기술 투자와 원가절감에도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돼 사업경쟁력이 악화되면서 국내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등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OCI는 설비 보완과 설비 가동 규모 축소를 위해 전북 군산공장의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20일부터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폴리실리콘은 반도체 웨이퍼 및 태양전지 솔라 셀 기판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원재료다.
OCI는 그동안 폴리실리콘을 생산해오던 군산 1~3공장 중 2·3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1공장은 설비를 보완해 5월1일부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다. 사실상 국내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철수하는 셈이다. 1공장의 경우 전체 생산 규모의 약 15%를 차지하며 이번에 중단하는 2·3공장은 최근 매출액의 21.8%를 차지하는 6778억원 규모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전담해 원가를 25% 이상 절감시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OCI는 말레이시아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1만3800톤에서 2만7000톤으로 늘린 상태다.
OCI는 그동안 공장 3곳에서 연간 5만2000톤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해 왔다. OCI가 국내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는 이유는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폴리실리콘 업체들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생산량이 급증해 폴리실리콘 가격이 계속 하락세였다. 최근 중국의 신규 공급량은 전 세계 수요의 세 배가량 되는 19만톤에 달했다.
중국의 경우 지방정부 보조금 덕에 한국 업체보다 원가경쟁력이 2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중국이 반덤핑 관세를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생산 중단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김택중 OCI 사장은 "태양광 폴리실리콘 가격이 몇년째 낮게 형성되고 있어 반등에 성공한다고 해도 군산공장으로서는 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에 따르면 2월5일 기준 고순도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7.1달러에 그치고 있다. 2018년 1월까지만 하더라도 17.7달러를 기록했으나 같은 해 6월 12.2달러로 급락한 이후 하향세를 거듭하고 있다. 폴리실리콘업체들의 손익분기점이 ㎏당 13~14달러로 평가되는 것을 고려하면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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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폴리실리콘이 주력 사업이었던 OCI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잠정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OCI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6051억원, 영업손실 1807억원, 순손실 8092억원의 성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3조1121억원에 비해 16.2% 줄어들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나란히 적자전환하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태양광 소재업체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빚어진 '1차 과잉공급' 시기를 거쳐 2013년부터 3년간 적자를 기록한 이래 처음이다.
이번 실적은 2018년 3분기 이후 매분기 영업성적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특히 2018년 4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이어졌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모두 2239억원이며 순손실은 8646억원에 달한다.
3분기 정기보수에 따른 가동률 하락, 4분기 104억원가량의 재고자산 평가손실 인식 등으로 폴리실리콘 부문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또한 석유화학 및 카본소재 부문도 미중 무역 분쟁 등에 따른 주요 제품 스프레드 축소, 4분기 국내 공장 정기보수 등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실적이 감소하면서 전체 영업수익성이 큰 폭으로 저하됐다.
특히 이번 셧다운 결정에 따라 생산설비의 자산손상차손 7505억원을 인식하면서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OCI는 "태양광산업 시황 악화 등에 따른 실적 부진 등 주요 사업 부문의 제품 판매량 감소로 매출이 줄어든 데다 공장 정기보수로 인한 고정비 증가와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으로 영업적자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부진한 잠정실적 발표만으로도 '부정적' 등급 전망에 부합하는 가운데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 중단 및 이에 따른 대규모 순손실 발생으로 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이번 대규모 유형자산 손상차손 인식은 비경상비용으로, 향후 재발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주력 사업 부문인 폴리실리콘의 사업경쟁력 약화를 고려해 단번에 비용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안정성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원가율 개선, 폴리실리콘 판매가격 회복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폴리실리콘 부문의 시장 지위 약화, 매출 축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확대, 생산라인 변경 및 사업효율화를 위한 일시적 비용 발생 등 사업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도 턴어라운드는 단기간 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OCI는 올 상반기 172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으며 하반기에는 169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간 흑자 전환은 2021년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시적은 국내 사업 적자 축소,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에 따른 수익성 개선, 말레이시아 공장 원가 절감 등으로 지난해보다 적자폭은 개선되겠지만, 흑자는 국내 사업 중단 효과와 라인전환이 완료되는 2021년이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OCI도 "사업 재편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면서 올해는 영업이익을 내기 어렵겠지만, 사업 재편이 완료되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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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과 산업용 과산화수소로 부진에서 탈출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올해 1000톤 생산하고, 2022년까지 생산량을 5000톤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30달러 수준으로, 기존 태양광용보다 수익성 측면에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폴리실리콘 영업손실 차단과 고품질 포트폴리오 확대로 안정적인 영업이익 시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OCI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은 이미 확보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생산해도 충분히 경쟁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케미칼과의 공동투자로 과산화수소도 생산할 계획이다. 산업용 과산화수소는 반도체소자 제작공정에서 웨이퍼를 세정하는데 가장 적합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OCI는 지난해 포스코케미칼과 고부가가치 제품 사업 확장을 위해 MOU를 체결하고, 현재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이 원료(제철 부산물)를 공급하고 OCI의 기술로 전자급 고순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식이다.
생산시설이 완비되면 연간 약 5만톤 규모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김택중 사장은 "관련 제품이 나오는 것은 2022년 정도"라며 "연 매출은 시장가와 가동량에 연관되겠지만, 현재 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과 과산화수소는 반도체업계와 LCD업계의 수요가 적지 않다"며 "OCI 제품이 이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는다면 꾸준한 매출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