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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철강사 수장들이 코로나19(우한폐렴) 방역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직접 포항제철소를 찾아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현대제철 안동일 사장은 경영진 조차 사업장간 이동을 최소화하라는 특별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이들은 한번 멈추면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용광로(고로)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감염 예방에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비상대응 프로세스를 조기에 마련했다.
우선 포스코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교대조 전원을 질병관리본부에 바로 신고한다. 이후 확진자와 확진자 접촉인원,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모든 인원을 파악해 격리치료 및 자택근무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해당 사업장은 긴급 방역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사전에 수립한 인력운영안에 따라 무균복을 입은 비상인력을 투입해 비상조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감염의심 역학조사반, 비상조업 대응반, 물품 조달반, 방역 조치반 등으로 구성된 비상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24시간 모니터링으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지난달 28일 포항제철소를 직접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날로 늘어나자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대응상황을 살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 최 회장은 제철소 현장에서 코로나19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비상상황실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최정우 회장은 "국가적인 위기상황에 잘 대응해 주어 매우 고맙다. 위기상황에는 현장에 있는 여러분이 최정예 요원들이다"며 "개개인의 철저한 대응이 나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동료와 가족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이어 "여러분의 안전확보가 최우선"이라며 "회사에서도 여러분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
현대제철 또한 확진자가 발생하며 해당 사업장을 폐쇄하고 긴급 방역을 실시한다. 이후엔 비상근무체제 시스템을 가동해 비상조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제철은 공장과 본사, 일반 사무동에 대응절차를 마련했다. 조직별 업무분장을 통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는게 현대제철 측의 설명이다.
현대제철 안동일 사장은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직원들의 사업장간 출장을 금지시켰다. 설령 경영진이라 할지라도 서면과 화상회의를 통해 업무를 진행할 것을 당부하며 이동을 최소화할 것을 지시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 경영지원본부에서 비상종합상황살울 운영하며 능동적으로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들이 직접 나서면서까지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철강산업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특히 용광로(고로)를 보유한 철강사들은 한시라도 조업을 멈출 수 없기에 선제적으로 비상대응 방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용광로는 한번 화입을 하면 개보수 전까지 10년 이상 조업을 이어간다. 중간에 5일 이상 휴풍(가동 중단)을 하게 되면 재가동까지는 최소한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로 1개당 가동 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약 80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포스코 9기, 현대제철 3기 등 총 12기의 용광로가 있다. 확진자 발생으로 고로가 가동 중단 사태를 맞으면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CEO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러스가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양사 모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대제철 외에 다른 철강사들에선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다. 특히 용광로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개인 위생관리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