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증시·유가 급락하며 요동…안전자산 금에 몰려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 하락 잇따라…수출 한국 '초비상'추경 등 대응책 쏟아내…현금살포 수준에 실효성 의문
  • ▲ 코스피 폭락.ⓒ연합뉴스
    ▲ 코스피 폭락.ⓒ연합뉴스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로 말미암아 지구촌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불안감과 공포에 휩싸이며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경제공황이 현실화하는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세계 증시가 출렁이고 국제 원유가격은 급락하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급기야 세계경제 전망률이 하향 조정되면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으로 흐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대응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보이면서 정부가 투명한 정보공개로 국민 신뢰부터 다시 쌓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9일(현지시각)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해 "팬데믹(세계적 범유행)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경고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본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많은 나라에서 (확산) 거점이 생겨나고 있다"며 "주말 동안 100개국에서 보고한 코로나19 사례가 10만건을 돌파했다. 그렇게 빨리 피해를 봤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보수적으로 사태를 주시하던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는) 역사상 처음으로 통제될 수 있는 첫 팬데믹이 될 것"이라며 "결단력 있고 빠른 대처로 코로나19를 늦추고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보고된 8만명의 확진자중 70%이상이 회복해 퇴원했다"고 강조했다.
  • ▲ 골드바.ⓒ연합뉴스
    ▲ 골드바.ⓒ연합뉴스
    그러나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에 세계 금융위기 수준 이상의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 AFP통신은 9일 세계에서 코로나19로 말미암은 누적 사망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인접국에 주로 영향을 미칠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이제 아시아 전역은 물론 유럽과 미주, 오세아니아 등 지구촌으로 마수를 뻗치고 있다.

    아시아 증권시장의 폭락세가 도미노처럼 유럽을 거쳐 미국까지 휩쓸었다. 이날 뉴욕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만3851.02로 폭락했다. 전 거래일보다 2013.76포인트(P) 내려앉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했다. 장중 주가가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1997년 이후 처음으로 발동돼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의 주가도 요동쳐 이날 모두 7% 이상 폭락했다.

    국제원유 가격도 하루새 무려 30% 이상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내린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26.18%(11.85달러) 떨어진 33.42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1991년 걸프전 이후 하루 기준으로 최악의 하락을 보인 셈이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주가와 원유 폭락에도 국제 금값은 소폭 올라 대조를 이뤘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0.2%(3.30달러) 오른 1675.70달러에 거래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급속히 움츠러들면서 세계경제 전망치도 하락하고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날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0%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중국내 기업활동의 회복이 예상보다 느린 반면 코로나19 확산 여파는 광범위해지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도 이날 올해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코로나19 사태로 최대 15%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UNCTA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코로나19로 0.5~1.5% 둔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 ▲ 코로나19 관련 정부 대책 발표.ⓒ연합뉴스
    ▲ 코로나19 관련 정부 대책 발표.ⓒ연합뉴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단순히 방역의 문제를 넘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부처별로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체감속도는 코로나19 포비아 확산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설명으로는 지난 6일 현재 접수된 소상공인 경영애로자금 신청 접수건수는 4만3093건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2조23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코로나 대출로 2조3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이 사실상 바닥난 셈이다. 그러나 실제 자금이 집행된 건 대출 신청액의 3.7%인 827억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려고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선 변동성이 높아진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앞으로 3개월간 한시적으로 증시 공매도 지정대상을 확대하고 금지기간도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또한 필요하면 시장 안정조치를 또 내놓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응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어서 얼어붙은 경제상항을 되살리기에 역부족이란 의견도 나온다. 해마다 습관적으로 추경을 편성해 현금 복지를 남발하다 보니 정부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총선을 앞두고 이런 현금복지 정책이 추경으로 편입돼 실속없이 허공에 현금만 살포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추경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엉뚱한 총선용 예산을 끼워 넣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부 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이제라도 대국민 신뢰를 쌓을 수 있게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동안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확산 과정에서 중국인 입국금지 여부를 두고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연출해왔다. 중국 눈치를 보며 일본에만 유독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에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하고 나섰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지켜보며 국민의 신뢰감은 멀어졌다는 의견이 적잖은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