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 정면 돌파… 올해만 5개 신차 출시수조원대 현금성 자산 확보… 비상 대응체계 가동비대면 서비스 장착… 재고소진도 청신호
  • ▲ 현대·기아자동차 서울 양재동 사옥 ⓒ뉴데일리
    ▲ 현대·기아자동차 서울 양재동 사옥 ⓒ뉴데일리
    코로나19(우한폐렴) 대확산으로 생산 중단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현대·기아자동차가 신차 출시를 강행키로 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닥친 경영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해외 생산 거점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서 서둘러 현금 확보에 나서는 등 시나리오별 비상 대응체계도 세웠다. 달리지 않으면 수요 절벽과 영업 차질에 쓰러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다음달 중 부분 변경을 거친 싼타페를 본격 양산한다. 뒤이어 5년 만에 새롭게 단장한 신형 투싼,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70 등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출시 예정이던 신차는 모두 그대로 진행한다”며 “코로나19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올해만 놓고 보면 5개 차종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부분 변경과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동력전달체계) 다양화까지 포함하면 내놓는 차종이 10개에 달한다. 특유의 대규모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신차 효과로 판매 확대를 노린 전략은 들어맞고 있다. 지난 1월 첫 주자로 나선 제네시스의 GV80은 밀려든 주문이 3만대를 돌파했다. 연간 판매 목표가 2만400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형 아반떼와 제네시스 대형 세단인 신형 G80 역시 잇달아 성공했다. 하루 만에 각각 계약대수 1만58대, 2만2000대를 기록했다. 특히 신형 G80의 경우 지난해 연간 판매 실적(2만2284대)에 육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대차는 실적을 이끌 ‘쌍두마차’ 싼타페와 신형 투싼을 투입한다. 특히 사상 처음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SUV 라인업을 꾸린다. 친환경 SUV를 공격적으로 선보여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이 밖에 GV80보다 차급이 작은 GV70와 신형 아반떼 하이브리드 및 고성능 N, 코나 N 등이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신차 빅 사이클이 본격 시작됐다”며 “올 하반기로 갈수록 제네시스 판매량 증가 등 기업가치 재평가가 발현될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 ▲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신형 G80 ⓒ현대차
    ▲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신형 G80 ⓒ현대차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도 늘리고 있다. 현대차는 가상현실(VR)을 통해 상세 정보를 제공한다. 이달엔 온라인 생중계뿐 아니라 유튜브 등에서 연구개발진이 직접 차량을 소개하는 다양한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

    회사 측은 “대면 접촉을 하지 않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다”며 “여건이 어렵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올해 미니밴 신형 카니발이 출격한다. 카니발은 지난 한 해 6만3706대 팔려 4번 타자 감으로 불린다. 정통 강자 쏘렌토(5만2325대)를 제치고 기아차 라인업 중 판매 1위 자리를 꿰찼다.

    이와 함께 상품성을 개선한 스토닉, 스포츠 세단 스팅어 등을 차례로 선보일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 판매가 고무적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 진작의 단초를 마련하는 유일한 희망 요인”이라고 말했다. 해외 생산 거점이 셧다운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안방이 경제위기의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총 126만2047대를 팔았다. 시장 점유율은 70.9%로 2013년(71.8%) 이후 6년 만에 70%대를 회복했다.

    현대·기아차는 현금성 자산 확보에도 나선 상태다. 코로나19 발(發)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지침을 주요 계열사에 내려보냈다.

    기아차는 3단계 시나리오에 맞춰 현금성 자산 확보 추가 마련 계획을 그룹 측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는 자금 조달 환경이 더 나빠지기 전에 유동성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 다임러는 100억유로(약 13조4400억원) 규모 자금 지원을 금융기관과 논의 중이다. 일본 도요타는 총 1조엔(약 11조3300억원) 한도 융자를 은행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최대 현금 160억달러(약 19조5000억원)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해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 세계 사무직 직원 6만9000여 명의 임금을 20% 유예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