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90% 중단… 여객 대신 화물로 휴직 등 자구책으로 버티기는 한계"하늘길 폐쇄는 경제 폐쇄"… 전방위 지원 절실
  • ▲ 항공 자료사진 ⓒ 대한항공
    ▲ 항공 자료사진 ⓒ 대한항공

    항공업계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자구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각 사는 일제히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생존전략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업계 자구책은 비용감축, 현금 확보와 대체 수익원 발굴 등 세 갈래로 마련됐다.

    1일 현재 국적 항공사의 전 노선은 90%가량 감축되거나 중단됐다. 사실상 모든 항공기가 세워져 있으며, 일부 제주행 국내선만 운항 중이다. 상반기까지 예상되는 항공업 적자는 약 6조원이다. 업계는 고정 비용을 줄이는 한편, 조달 가능한 현금으로 당장을 버틸 계획이다.

    업계 맏형 대한항공은 최근 6000억원 규모의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했다. ABS는 미래 매출을 담보로 미리 돈을 빌려 쓰는 상품이다. 대한항공은 카드사 항공권 매출을 담보로 각 증권사에 ABS를 판매했다. 회사는 유입 현금을 회사채 상환과 운영자금에 투입한다.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은 276억원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했다. 잉여금 전환은 재무구조 개선이나 운영비 확보를 위해 진행한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질 손실에 대비해 전환을 진행했다.

    대체 수익원 발굴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진에어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해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3일부터 베트남 호찌민에 대당 20톤의 화물을 나르고 있다. 진에어는 이달 13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 원단, 의류 등을 수송한다. 아시아나도 두 도시에 화물을 나르고 있다.

    비용 절감 대책 시행도 한창이다. 현재 대부분의 항공사는 직원 무급 휴직제를 운영 중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와 함께 LCC들도 도입했다. 티웨이항공, 이스타, 에어부산·서울은 무급, 제주항공은 월 급여 70%를 지급하는 유급휴가를 시행 중이다. 진에어는 한 달 유급(급여 70%)과 무급 희망휴직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가 큰 위기를 맞았지만,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항공사 간 인수합병(M&A) 등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면서 “시장 재편으로 코로나19 종식 후엔 그간 현안이었던 LCC 공급 과잉, 과당경쟁 등이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 텅 빈 공항 ⓒ 연합뉴스
    ▲ 텅 빈 공항 ⓒ 연합뉴스

    ◇ “전폭적인 정부도움 시급”… 추가 자금·정책지원 이뤄져야 

    업계와 항공 전문가는 추가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은 각종 자구책으로 연명 중이지만, 사태 장기화와 후유증에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미국 등 해외의 항공업 지원 사례를 예로 든다. 미국은 여객·화물 항공사에 35조원(29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독일의 경우 무한정·무이자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한국은 지난 2월 발표한 지원금 3000억원도 아직 집행하지 못했다. 담보가 부족한 일부 업체는 수혜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정부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하늘길 폐쇄는 곧 국가 경제 폐쇄로, 해외의 경우 모든 비상상황에서 항공업을 우선 지원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항공업은 타 산업보다 현 위기에 취약하다. 매월 유입되는 현금으로 항공유, 공항 이용료, 인건비 등을 충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연관 산업으로의 파급효과, 업계 종사자 규모 등을 고려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