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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회장 등 두산그룹 오너일가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사재출연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놓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러가지 방안 중에 오너일가 지분이 많이 포함된 두산솔루스 매각 가능성이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9일 채권단과 두산 등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조만간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데드라인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다만,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는 대주주의 책임있는 모습과 실현 가능한 방안을 내놓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급한 쪽은 두산중공업이기 때문에 서둘러 자구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대주주의 책임있는 계획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두산그룹은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돈을 빌리는 입장이기 때문에 채권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두산 관계자는 “모든 것은 채권단과 협의해서 자구안 등을 마련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지는 않았다”라고 전했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이 4조2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유동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의 한도 대출을 받았다.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개념으로 두산중공업이 1조원 내에서 필요할 때 돈을 빌려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두산중공업에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는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
때문에 애물단지가 된 두산건설 매각, 두산중공업에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분리 또는 매각,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등 미래 먹거리 신사업 매각, 두타몰 매각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가장 현실성 있으면서 대주주 사재출연을 통한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방안으로 두산솔루스 매각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주)두산 16.78%(우선주 2.84% 포함)을 비롯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5.79%(우선주 0.09% 포함),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3.85%(우선주 0.05% 포함),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3.35%(우선주 0.08% 포함) 등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이 총 61.52%(우선주 11.04% 포함)를 갖고 있다.
두산솔루스를 매각해 그 자금으로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오너일가의 사재출연 모습도 보여주면서 두산중공업에 긴급 수혈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두산솔루스는 지난해 매출 2030억원, 영업이익 380억원을 달성했다. OLED 등 전자바이오 소재 산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연료전지 사업을 하는 두산퓨얼셀과 함께 유망 사업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두산솔루스 주가는 이날 오전 11시20분 현재 2만8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산이 두산솔루스 지분 50% 정도를 매각할 경우에 약 4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계열사 매각 이외에도 오너일가들이 직접 사재출연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30억98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15억4000만원을,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39억9100만원을 받았다.
오너 일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경우 채권단에 더욱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