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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그는 아버지인 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에 지난해 4월 24일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회장에 선임된 이후 많은 일을 껶어왔다.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해결해야 될 문제들을 짚어봤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의 취임 이후 행보는 크게 ▲성공적인 IATA 연차총회 개최 ▲자율복장제도 도입 등 혁신활동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한 주주연합과의 경영권 분쟁 ▲코로나19로 인한 유례 없는 항공업 위기 등으로 정리된다.
우선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6월 열린 IATA 연차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내면서 글로벌 항공 리더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했다.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IATA 집행위원회는 전 세계 항공사 최고 경영자 중 전문지식과 경륜을 바탕으로 선출된 31명의 위원과 사무총장으로 구성된다. 집행위는 △IATA 활동 방향 설정 △산하 기관 활동 감독 △사무총장 선임 △연간 예산 및 회원사 자격 심사 등을 승인하는 IATA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다.
IATA 연차총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업계 회의로, '항공업계의 UN 회의'로 불린다. 각 항공사들의 최고경영층 및 임원, 항공기 제작사 및 유관업체 등 전세계 각계에서 1000여명 이상 참석했다.
또 조원태 회장은 글로벌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을 이끄는 의장으로 임명됐다. 스카이팀 회장단 회의 의장으로서 의제들을 사전에 검토하고 결정해 회장단 회의에서 논의를 이끌게 된다. 스카이팀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항공 동맹체로, 현재 19개 회원사가 175개 취항국가·1150개 취항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연간 6억3000만명의 승객을 수송한다.
조 회장은 11조4000억원(96억9300만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사 최초로 '보잉 787-10' 항공기 20대를 도입하고, 추가로 787-9 기종 10대를 총 96억9300만 달러에 들여오기로 했다.
특히, 조 회장은 다양한 혁신활동으로 변화를 주도했다.
지난해 5월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 '노타이' 근무를 시행했다. 쾌적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업무효율 향상을 위해서다. 6월에는 '뉴스룸'을 개설해 대한항공 관련 주요 소식과 여행·항공·물류 분야의 정보를 텍스트, 카드뉴스, 동영상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7월에는 사내업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했다. 구글의 클라우드 기반 프로그램 'G스위트'를 도입해 업무환경을 바꿨다. G스위트는 지메일, 캘린더, 드라이브, 문서도구, 채팅 등 직원들에게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며 온라인 공동 문서 작성이 가능하다. 9월부터는 전면 자율복장 제도를 도입해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자유로워졌다.
운항·객실승무원들의 업무 편의 향상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터미널2 인근 국제업무 2지구 7230㎡ 면적에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최첨단 인천운영센터(IOC) 건립을 시작했다.
1년간 조 회장에게 고난과 역경도 있었다.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확대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반기를 들면서 가족간 내분이 일어났다.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이 가족간 공동경영을 하라는 아버지 유훈을 어겼다며 반발했고, 경영권 분쟁을 주도하던 KCGI와 손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반도건설까지 합류하며 이른바 주주연합이라는 이름으로 한진칼 경영권을 본격적으로 위협했다.
결국 지난 3월 열린 한진칼 정기주총에서 조 회장은 피말리는 표대결 끝에 경영권을 방어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주주연합이 계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 조원태 회장 측의 우호지분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조만간 임시주총 소집 등 반격이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국제선 하늘길이 90% 이상 막히면서 여객 수요가 급감하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16일부터 10월 15일까지 6개월간 직원 휴업을 실시한다. 4월부터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4월말이면 유동성이 바닥날 예정이어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역시 1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권 분쟁과 코로나19 위기는 아직 진행형이며, 조 회장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인 셈이다.
조 회장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활짝 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