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원 레스케이프 라망시크레 헤드셰프 인터뷰코로나19로 답답한 사람들 위해 피크닉 박스 출시"단순히 식사 아니라 재미, 스토리 있어야"
  • ▲ 손종원 레스케이프 라망시크레 헤드셰프. ⓒ정상윤 기자
    ▲ 손종원 레스케이프 라망시크레 헤드셰프. ⓒ정상윤 기자
    음식을 만들 때 '뜨거운 건 뜨겁게, 차가운 건 차갑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요리사.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에서 출발하면서도, 식사를 하면서 재미도 있어야 한단다.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의 '피크닉', 지금의 레스케이프 라망시크레를 만든 손종원 헤드셰프를 만났다.

    봄 날씨가 완연해진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레스케이프 라망시크레를 찾았다.

    비밀스러운 러브 스토리를 콘셉트로 하는 레스케이프 호텔 최상층의 컨템포러리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L'Amant Secret)'는 총 58석 규모로 레스토랑과 바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레스토랑 입구의 화려한 꽃 장식에 시선을 빼앗긴 후에는 프라이빗하면서도 로맨틱한 인테리어에 압도된다. 손 헤드셰프는 이곳에서 18명의 주방직원을 이끌고 있다.

    '공대 출신'의 손 헤드셰프는 20대 중반부터 요리를 시작했다. 늦다면 늦은 나이다. 손 헤드셰프는 "공대에 다니면서 '좋아서' 하는 친구들을 못 따라가겠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뭘 해야 하나, 뭘 좋아하나 고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연히 찾은 뉴욕 CIA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는 요리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손 헤드셰프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 부모님에게 메뉴판을 만들어 요리를 해주기도 했고, 원래 요리는 좋아했다"며 "(요리를 하는 학생들을 보고) 떨리고 설렜다. 죽어도 (요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 헤드셰프는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1위를 차지했던 코펜하겐의 '노마(Noma)'를 시작으로 경력을 쌓고 샌프란시스코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퀸스'에서 수셰프를 역임했다. 
  • 라망시크레 오픈부터 이곳에 합류한 손 헤드셰프는 식음에 심혈을 기울였던 김범수 레스케이프 당시 총지배인이 선택한 라망시크레의 헤드셰프다. 

    손 헤드셰프는 라망 시크레에서 자연, 농부와의 소통을 강조하여 계절감을 살린 메뉴, 자연주의적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로컬 식재료와 식문화를 재해석하며 창의적인 서울 퀴진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과 즐거운 다이닝 경험 제공을 추구하고 있고 세계적인 레스토랑, 와인 메이커들과의 교류를 통한 색다른 미식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을 꺼리는 국민들이 '코로나 블루' 등에 시달리자 '피크닉' 아이디어를 접목한 메뉴도 개발했다.

    피크닉 세트를 시키면 피크닉 박스가 등장한다. 이 박스를 열면 아기자기한 메뉴들과 식기, 콤부티도 함께 들어있다. 답답함을 해소하면서도 맛, 재미를 모두 잡은 이 메뉴는 단숨에 'SNS 스타'가 됐다.

    손 헤드셰프는 "봄이니까 피크닉 아이디어는 생각해왔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갇혀있던 사람들에게는 뭐가 좋을까 생각하게 됐다"며 "식사도 식사지면 나들이 기분도 내고 명동까지 찾아와야 하는 만큼 봄 소풍 느낌을 드리고 싶었다. 보시는 즐거움과 함께 답답함을 덜어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 레스케이프 라망시크레 피크닉 박스. ⓒ정상윤 기자
    ▲ 레스케이프 라망시크레 피크닉 박스. ⓒ정상윤 기자
    식기와 음식들을 하나하나 피크닉 박스에서 꺼내야 하는만큼 손도 많이 간다. 홀 직원들도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피크닉 박스가 손님과 직원 모두에게 '재미'가 됐다.

    손 헤드셰프는 "저희가 하는만큼 손님이 즐거우시니까 (한다)"며 "홀 직원들도 처음에는 힘들어했는데, 손에 (일이) 붙고, 손님들이 좋아하시니까 재미 붙어서 서로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피크닉 박스 같은 톡톡 튀는 메뉴 아이디어는 이미 '명동 거리의 작은 한입거리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종이로 명동 거리를 표현하고, 명동의 길거리 음식들을 형상화한 작은 음식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손 헤드셰프는 직접 명동 길거리를 자주 걸으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공갈빵, 소프트 아이스크림, 회오리 감자, 생과일 같은 음식들을 보고 먹으며 영감을 얻는다.
  • ▲ 레스케이프 라망시크레 '명동 거리의 작은 한입거리들' ⓒ정상윤 기자
    ▲ 레스케이프 라망시크레 '명동 거리의 작은 한입거리들' ⓒ정상윤 기자
    또한 자연주의 음식을 표방하는 만큼 제철 재료가 그에게는 아주 중요하다. '마르쉐'라는 장에는 자주 직접 나간다. 농부들이 직접 기른 채소를 판매하는 장터다. 혜화, 합정 등 다양한 곳에서 한달에 세네번 열린다.

    손 헤드셰프는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얻고, 장보러 가서도 많이 얻는다"며 "좋은 재료가 있으면 쓰지 않고 못 배기겠다. 안 쓰면 안된다는 일종의 죄책감이 든다"고 전했다.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기념일 때만 오는 곳이 아닌, 다이닝이라는 것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며 "식사할때 맛도 있어야 겠지만 재미있고 스토리 있는, 기억에 남을만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은 다이닝 문화가 정착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식사가 단순히 밥 먹는 것이 아니라 재밌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손 헤드셰프는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라망시크레를 이끌어오면서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늘 직원들에게 강조해 왔다.

    특히 그는 라망시크레가 '가족' 같다고 말한다. 손 헤드셰프는 "아무리 뭘 해도 혼자는 할 수가 없다"며 "라망시크레를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이유"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