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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복잡한 아파트 청약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부적격 당첨자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양산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부적격자 발생으로 인한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수천대 1을 넘어서는 등 과열양상을 띠면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경기 과천시 갈현동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첫 분양한 '과천제이드자이' 아파트 전체 647가구의 22.7%인 147가구가 청약 부적격자였거나 미계약 가구로 파악됐다. 당첨자 5명중 1명꼴로 청약자격 요건의 하나였던 '소득기준'을 벗어났기 때문이다.이 아파트의 경우 생애최초 특별공급 자격은 무주택자이면서 월평균 소득이 4인 가족 기준 도시근로자 월 평균 소득기준 100% 이하여야 했다. 여기에 건물과 토지를 합친 부동산 평가액은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시세는 2764만원보다 낮아야 했다.
앞서 지난 2월 분양한 경기 수원 팔달구 재개발 아파트인 '매교역푸르지오SK뷰'도 특별공급을 포함한 일반분양 1795가구중 236가구(13.1%)가 부적격자거나 계약 포기자였다.
두 아파트 모두 청약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하며 인기를 끌었던 단지였다. 하지만 일단 부적격 당첨자로 처리되면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1년간 청약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불이익도 만만치 않다. 복잡한 청약제도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국토부는 이같은 청약 부적격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 2월 청약업무를 기존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 '청약홈'으로 이관했다. 기존 '아파트투유'보다 각종 청약자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고 청약신청도 미리 연습해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적격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새 청약시스템이 도입된 이후에는 부적격자는 크게 줄지 않았다. 여전히 청약자의 소득기준은 확인할 수 없어서다. 개인소득 정보의 경우 청약업무이관 당시 감정원이 취급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로 제외됐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우한폐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모델하우스를 열지 않는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통상 모델하우스에서 전문상담사들과 청약조건에 대해 상담한후 청약을 했지만 전화상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2순위 청약 후 나온 부적격 물량이나 계약포기 물량에 대해 무작위로 추첨을 하는 '무순위 청약'의 경쟁률이 수천대 1에 달하는 등 갈수록 인기가 치솟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주택 소유 여부나 청약통장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 4일 진행된 경기 하남 위례신도시 '중흥S-클래스' 미계약분 2가구 무순위 청약 모집에 4043명이 몰려 20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2가구 모두 전용면적 172㎡ 펜트하우스로, 분양가가 15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음에도 현금부자 수천 명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불과 몇년새 수십번 청약제도가 바뀌면서 처음 분양에 나서는 실수요자가 이를 모두 숙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청약자들이 예비 시뮬레이션을 거쳐 본청약에 나서는 절차를 의무화하거나 일부 자격 항목은 자동 필터링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