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예정 본입찰 무기한 연기대주주 베어링PEA, 희망가 4000억→3500억 조정"매물 매력도 높지 않다"… FI 재매각·무산 전망
  • 활기를 띠는 듯했던 로젠택배 인수전이 다시 주춤한 모양새다. 당초 4000억대 매각을 원했던 베어링 PEA가 최근 3500억원 대로 눈높이를 낮췄지만 시장 관심은 뜸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4월 중 예정됐던 로젠택배 본입찰은 잠정 연기됐다. 이번 매각은 지난해 하반기 시작됐다. 네 번째 시도다. 회사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 PEA는 수년 전부터 엑시트를 원했지만 번번이 성사에 실패했다.

    투자시장은 로젠을 ‘알짜 회사’로 평가한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대세로 떠올라 택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유리하다.

    지난해 로젠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4426억, 24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9%, 17% 올랐다. 영업이익률은 5%로 업계 평균치 1~3%보다 높다.

    지난해 물동량은 2억 상자(전체 시장 20억 후반) 전후로 추산된다. 시장점유율은 7~8% 수준이다. 상위 업체인 CJ대한통운, 한진 등과 격차는 크지만 5위권 주요 업체로 함께 언급된다.

    택배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로젠택배 사업 특성이 보통의 택배사와 조금 달라서다. 통상 택배업은 터미널, 분류장치 등 물류 설비가 핵심이다. 국내 상위 업체들도 처리비용 절감 등을 위해 수천억대 시설 투자를 추진 중이다.

    로젠택배는 보유 자산이 거의 없는 ‘애셋 라이트(Asset-light)’ 매물이다. 본사에서 직접 소유하는 게 보통인 지역 터미널도 개인 소유주에게 빌려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제3의 인수자가 회사를 인수해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설비가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로젠의 주요 고객은 개인 소비자(C2C)다. C2C 택배는 기업(B2B) 택배보다 단가가 높아 수익이 좋다. 다만 시장 내 비율이 10% 미만으로 수요가 크지 않다. 상위 택배사와 고객층, 영업방식이 달라 택배 사업을 원하는 매수자에겐 매력도가 높지 않다.

    매각 초기 신세계, SK그룹, 카카오 등 다양한 기업들이 로젠을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중 현재까지 관심을 이어오는 곳은 없어 보인다. 업계는 인수 희망자들이 사전 실사에서 취약점을 파악해 매각 측 희망가가 비싸다고 느꼈을 것이라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업을 원하는 기업이 로젠을 인수할 경우 수천억대 설비 투자가 동반돼야 해 그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새벽배송 등 최근 택배 업계 화두가 서비스 퀄리티 향상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투자 없이는 로젠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택배기사·대리점 중심의 전국망이 강점일 수 있지만 이들은 계약 기반 개인사업자로, 대주주 변동 시 이탈 리스크가 있다”면서 “매물 특성과 시장 상황상 택배업을 원하는 SI(전략적투자자)보다는 사모펀드 등 FI(재무적투자자)에 재매각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