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한진그룹이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채권단의 압박과 주주연합의 위협은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28일 채권단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과 채권단(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 등)이 재무구조 개선 자구안을 토대로 특별약정을 체결했다.
채권단이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대한항공은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을 확충해야 되는 것이다.
앞서 대한항공이 밝힌 1조원의 유상증자를 비롯해 자산 매각 및 담보 대출 등으로 1조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되는 게 명시된 것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송현동 호텔부지 매각,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등을 추진 중이다.
또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 개입 및 간섭이 가능한 장치도 마련했다.
1조2000억원 지원 가운데 내달 대한항공이 발행하는 영구채 3000억원을 채권단이 인수하면 내년 6월말부터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물론 채권단은 내년 6월말 이후 대한항공 주가를 보고 전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채권단은 대한항공의 지분 약 10.8%를 확보하게 된다.
즉, 한진그룹은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해 채권단에 긴급 수혈을 받게 됐지만, 그 대가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과 경영 간섭 등을 감내해야 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한동안 잠잠했던 주주연합과의 경영권 다툼도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주주연합의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어서다.
우선 지난 26일 기타법인은 한진칼 보통주 122만4280주(약 2%)를 매수했다. 금액은 1122억원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매수자가 반도건설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CGI는 자금 여력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에 주주연합 가운데 반도건설이 추가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반도건설은 경영 참여 목적의 투자자이어서, 지분 변동 시 10일 안에 변동 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계열사에서 이뤄진 일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며 “향후 공시를 통해 지분 매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주연합은 최근 한진칼에 내용 증명을 발송하며 엄포를 놨다.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주주배정의 방식을 사용하라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재 한진칼은 대한항공이 진행할 1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쓰일 자금 3000억원을 마련 중이다.
주주연합은 “3자배정 방식의 유증은 현 주주 지분 가치를 훼손하고,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 효과가 있어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