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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서울을 홍콩, 싱가포르와 맞먹는 아시아 3대 금융중심지(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북아 금융허브 조성계획'이었다. 세계 금융회사를 국내로 끌어들여 금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였다.
지난 3월26일(현지시간) 영국 컨설팅기관 '지옌'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조사 결과 서울은 세계 108개 도시중 33위에 머물렀다. 부산은 51위다. 1위는 뉴욕, 2위는 런던, 3위는 도쿄가 각각 차지했다. 지옌은 매년 3·9월 두차례에 걸쳐 GFCI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GFCI는 세계 금융중심지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다.지난해 9월 서울의 GFCI 순위는 36위, 부산은 43위였다. 서울은 박근혜 정부였던 2015년 9월 세계 6위까지 올랐지만 5년만에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부산도 2015년에는 24위까지 올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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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제정하자 미국이 홍콩에 주었던 특별대우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하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홍콩이 누려온 글로벌 금융허브 역할을 어느 도시가 이어받을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금융업계와 경제전문가들은 지금같은 경제정책 기조에선 서울이 홍콩의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한다.우선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견해다. 가뜩이나 국제금융센터가 서울, 부산으로 분산돼 금융 인프라가 집적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치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전북의 제3의 금융중심지 지정에 불을 붙이고 있다.
GFCI 정량평가에서 현 정부는 세계적 흐름에 나홀로 역행하고 있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GFCI는 국제기구 등이 발표하는 각종 통계지표를 평가에 활용한다. 해당 국가의 비즈니스 환경과 금융인프라, 인적자원 등을 평가한뒤 금융전문가 설문조사를 거친다.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아시아 3대 금융허브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지금 여건이 좋지 않다"면서 "기업활동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문재인정부가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경우 소득세와 법인세가 매우 낮다.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등은 없다. 이는 세계의 기업과 부자들을 끌어들이려는 주요 전략이었다. 법인세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1.5%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최고 17% 수준이다. 미국은 21%, 일본은 22%쯤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27.5% 수준이다. 세계 각국은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2월 세제개편안을 통해 최고 35%였던 법인세율을 21%로 낮추고 개인소득세 최고세율도 39.6%에서 37%로 내렸다. 프랑스도 33.3%인 법인세율을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25%까지 낮출 예정이다. -
김 교수는 "세계 각국은 리쇼어링(생산시설 국내 이전) 촉진을 위해 기업에 세제 혜택 등을 주며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최근 3년간 최저임금이 30%쯤 올랐다. (충분한 논의 없이)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서 삼성, LG 같은 연구소는 연구원이 열심히 일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버렸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도 "(지금의 기업활동을 옥죄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저가 생산기지를 찾는 국내기업들이 우리나라로 유턴할지, (애플처럼) 베트남 같은 다른 나라로 갈지 유불리를 따진다면 답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투자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리쇼어링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해외로 진출했다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기업에 세금 감면이란 당근을 제시했지만 중소기업의 국내 복귀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투자금에 대한 세액공제도 △대기업 1% △중견기업 3% △중소기업 7%로 나뉜 기존제도를 일원화해 간편하게 바꾸겠다는데 그쳐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