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청구로 또 다시 총수 공백 우려신사업 발굴, 대규모 투자 차질 불가피임직원 사기 저하 및 경영 자율성 부정적
  • 검찰이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삼성그룹의 불확실성도 한층 가중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의 신사업 발굴 및 코로나19에 따른 국가적 위기 상황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지원에 적극 나서는 등 숨가쁜 경영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위기를 맞게 됐다. 

    재계 안팎에선 삼성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전날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적지 않은 당혹감이 감지된다. 이 부회장이 지난 2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로 맞대응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측 변호인단은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오는 8일 결정될 예정이다. 법원은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하고 구속 필요성을 심사하게 된다.

    이에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2018년 1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2년 4개월 만에 다시 총수 공백을 걱정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대내외 경기 악화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삼성의 향후 사업전략과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당장 삼성의 신사업 동력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의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를 해오고 있지만 굵직한 인수합병(M&A) 소식은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 2017년 7월과 11월 각각 스타트업 이노틱스와 플런티, 올해 1월 미국 이동통신망 설계 관련 기업인 텔레월드솔루션즈를 인수한 바 있다. 그러나 대형 M&A는 2016년 11월 자동차 전장 업체인 '하만' 인수가 유일하다.

    또한 대규모 투자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지난 2018년 이 부회장 석방 이후 인공지능(AI)·5세대 이동통신·바이오·반도체 중심 전장부품 등 사업에 18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총 133조원의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퀀텀닷(QD) 디스플레이에 13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지난달에는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 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하는 등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이에 일환으로 최근에는 평택에 약 18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계획을 알리면서 투자 약속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국내 최대 기업이라는 상징성과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글로벌 국가들의 패권 다툼에 끼여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검찰의 압박이 지나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초에는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 이후 '뉴삼성'에 속도를 내고 있던 시점이라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되면 적극적인 경영활동이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함께 삼성 내부에서는 지난 2016년 12월 특검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4년째 이어지는 수사로 사기 저하와 극도의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승계 합병 관련해서는 지난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일 강행군에 나서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정부가 채운 족쇄가 여전히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삼성 경영진은 물론 임직원들이 일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유죄'를 예단하는 수사당국의 분위기 조성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크게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도주의 우려도 없는데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우리 경제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사태에서 삼성이 보인 역할과 기여를 감안하면 국민 여론에도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