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기준 매출 8조-영업익 8400억 핵심 계열사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두산타워 등 매각 난항'자구안 이행' 의지 표명… 박정원 회장 "연내 1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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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채권단의 압박으로 시간에 쫓겨 어쩔수 없이 내놨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른 매물들이 시장에서 가격 협상이 여의치 않자 채권단에 자구안 이행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카드를 꺼냈을 것이란 설명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포함 여부도 관심사다.

    16일 금융권과 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그룹이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와 엔진 등을 생산하는 곳으로, 두산중공업과 함께 그룹의 양대 축이다. 별도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3조1022억원, 영업이익 1782억원, 당기순이익 530억원을 기록했다. 연결기준으로는 각각 8조1858억원, 8404억원, 3957억원을 기록해 그룹의 중요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를 팔려고 하는 것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두산그룹은 모트롤BG,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두산타워, 클럽모우CC 등 여러가지 자산 매각을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희망자와 가격 차이가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렇게 시간을 계속 허비하는 것은 채권단에게 자구안 이행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따라서 두산인프라코어를 매물로 내놓으며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업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인수 희망자가 있는지 등을 타진하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는 대신에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데드라인은 3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르면 이번달 늦어도 연내에는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임직원에 보낸 메시지에서 “두산중공업이 3조원 이상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연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자본확충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적정한 가격에 인수희망자가 나올 경우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성사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업가치를 증권가에서는 현재 주가 6800원에 보유 주식을 곱하면 약 4000억원이 나온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8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연결기준으로 매출 8조원에 영업이익도 8000억원에 이르는 회사 가치를 8000억원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두산인프라코어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울러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동반매각 여부도 셈법이 복잡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의 지분 51.05%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분할을 통해 두산밥캣을 떼어내고 두산인프라코어만 인수하는 방법도 가능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두산밥캣까지 함께 매각한다고 하면 두산인프라코어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 너무 덩치가 커져 적절한 인수희망자를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두산그룹과 두산인프라코어는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이 힘들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