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21번째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반신반의'다.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핀셋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주변 지역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수급불안을 해결할 근본적 처방 없이 규제의 범위만 확대하는 정책은 미봉책에 그칠 우려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이 17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은 현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2017년 '6·19 대책'을 시작으로 1.7개월마다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특히 최근엔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지역이 나타날 때마다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규제를 가하는 방법으로 안정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말 '12·16대책'과 올해 초 '2·20대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규제로 묶으면 주변 지역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연이어 나타났다. 규제 대상에서 빠진 9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도 크게 올랐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최근 3개월(3~5월 기준)간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은 군포시로, 9.44% 상승했다. 군포시는 비규제지역이다.
이어 ▲구리시 7.43% ▲인천 연수구 6.52% ▲세종시 6.14% ▲수원 영통구 5.95% ▲수원 권선구 5.82% ▲안산 단원구 5.73% ▲용인 수지구 4.95% ▲수원 팔달구 4.69% ▲시흥시 4.65% 등의 뒤를 이었다. 비규제지역인 ▲화성시 4.53% ▲오산시 4.35% ▲인천 서구 4.25% ▲인천 남동구 4.14% 등도 많이 올랐다.
지방에서는 비규제지역인 대전시 서구가 3.23%로 가장 많이 올랐고, ▲대전 동구 3.31% ▲대전 중구 2.24% ▲대전 유성구 2.19% ▲대전 대덕구 1.59% ▲평택시 1.54% ▲울산 북구 1.35% 순으로 상승했다.
결국 이번 대책을 통해 경기 일부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전역과 대전, 충북 청주 등이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대부분의 규제지역은 지정 이후 집값 상승세가 잠시 주춤했을 뿐 꾸준히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른 뒤 나오는 정부의 핀셋규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머지많아 또다시 집값이 오르는 지역이 있으면 보완책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번의 걸친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단기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집값을 하락시키거나 안정화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다른 비규제지역으로 집값 상승이 옮겨가는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의 집값 안정은 부동산대책의 효과라기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해 얻어걸린 안정세일 뿐"이라며 "규제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들기 전에 급격하게 오르는 국내물가 등 현상의 근본적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