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발표 후 단기 급등한 삼성전자, 2거래일째 약세 외국인 순매도 지속…이달 들어 15일 반짝 순매수 제외 '팔자'자사주 매입보다 외국인 수급 더 중요…본업 경쟁력 확보 '관건'
  •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 발표로 급등했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이틀간의 상승세를 멈추고 다시 주춤하고 있다. 그간 주가 하락을 부추겼던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수급이 돌아오려면 결국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0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95% 하락한 5만5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2거래일간 주가가 13.62% 급등한 삼성전자는 전일 0.71%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약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가 급등했던 건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향후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3조원 규모에 해당하는 보통주 5014만 4628주, 우선주 691만 2036주를 3개월 내 매입해 전량 소각하고, 나머지 7조원은 1년 내 매입하되 구체적인 시기는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해당 공시로 최근 4년5개월 만에 4만원대로 내려앉았던 삼성전자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결정으로 주가의 하방 지지선을 제시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매입 공시는 투자자들에게 주가 5만원의 하방 지지선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2015년이나 2017년의 특별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보다는 2014년의 주가 안정을 위한 자사주 매입 결정과 유사하다는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단기 반등을 멈춘 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매거래일 순매도를 지속하며 3조원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던지다가 자사주 매입 발표가 있던 15일 1288억원어치 반짝 순매도했을 뿐 이후에도 '팔자'세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18일 1615억원 순매도한 데 이어 전날 1275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그간 삼성전자 하락세를 부추겼던 외국인 수급에 자사주 매입 약발이 좀처럼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주가에는 자사주 매입보다는 외국인 수급이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 흐름은 자사주 취득보다 외국인 수급의 지배력이 더 강했다"며 "2014년 11월 자사주 취득은 시장 서프라이즈 관련 모멘텀이 컸고, 2016년 이후 자사주 취득은 외국인 수급과 이익 모멘텀 영향이 높았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수급이 돌아오기 위해선 본업 회복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과거 자사주 소각 시기와 달리 현재는 업황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개별 기업의 경쟁력 악화에 따라 투자심리가 악화돼 있어서다. 

    지난 7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7만원대에서 31.78% 급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3분기 실적 부진에 따른 여파가 이어진데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업황 하락 싸이클이 이제 막 시작됐으며 삼성전자의 본원 경쟁력 회복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주식 본격 매수 시기는 아직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송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은 내년 1분기부터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며 "내년 1분기부터 DDR4, 낸드 가격 급락과 DDR5 하락의 개시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경범 연구원도 "수급 트리거가 되는 것은 외국인의 수급 영향력"이라며 "AI 경쟁력 열위, 이익 모멘텀 약화에 대한 전환이 확인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