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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17부동산대책'을 발표한지 열흘만에 또다시 추가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송파구에서는 규제전 '막차' 수요가 몰리며 신고가를 경신하는가 하면 비규제지역인 경기 김포·파주에서는 집값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같은 '땜질식' 부동산대책이 오히려 집값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 28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김포와 파주 등지에서) 집값이 계속 불안하면 다음달이라도 요건이 충족되는 대로 규제지역으로 묶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현재 김포와 파주에 대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장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6·17대책 열흘만에 추가 규제를 시사한 것은 비규제지역인 일부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김포시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1.88%가 뛰었다. 대책전 0.02% 상승에서 무려 90배가 상승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의 집값이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이들 지역은 정부 규제가 집중됐음에도 서둘러 계약을 진행하려는 수요로 인해 오히려 가격이 뛰고 있다.
실제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 22일 23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같은 평형이 지난 4월초 22억원에 거래된후 이달초 18억원에도 거래됐으니 한달도 안돼 5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인근 '트리지움' 전용 84㎡도 20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달초까지만 해도 동일 평형이 1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허가구역으로 묶인 삼성동에선 지난 22일 '래미안삼성1차' 전용 182㎡가 28억원에 손바뀜하며 역대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렸다. 같은동 '중앙하이츠빌리지' 전용 152㎡도 28억원에 새 주인을 찾으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치동 '롯데캐슬' 전용 105㎡는 20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몇개월만에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4억원가량 올랐다.
잠실동 인근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번 토지거래허가제가 오히려 잠잠하던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을 올려준 꼴이 됐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는 규제가 해제될때까지 기다리다가 오른 가격에 팔려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강도 규제책 발표에도 서울 집값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서울로 수요 쏠림 현상이 또다시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번 대책으로 국지적 과열현상이 일부 진정될 수 있겠으나 집값 조정까지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수도권 집값이 많이 올라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이 집값이 상승하기 시작한 서울로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