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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7부동산대책 발표 직전 서울 모처 소형아파트를 4억5000만원에 매입하기로 한 A씨. 점심시간을 빌러 물건을 본후 곧바로 집주인에게 가계약금 1000만원을 입금했다. 이튿날 저녁 본계약 체결을 위해 공인중개업소를 찾은 A씨는 집주인으로부터 황당한 얘길 들었다.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 1000만원을 더 얹어 매입하거나 가계약금 1000만원을 돌려줄테니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것. 결국 A씨는 협의 끝에 500만원 올린 4억5500만원에 해당물건을 사게 됐다.
6.17대책 발표이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일부 지역에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걷어 들이는 일이 벌어졌다.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계약하려던 A씨 같은 경우는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일. 이런 경우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가계약은 일단 법률용어가 아니다. 정식계약전 우선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용어다. 판례를 보면 중도금 또는 잔금지급 시점을 계약이행 순간으로 여기고 있다.
다만 가계약도 상황에 따라 효력을 발휘한다. 가계약 체결당시 당사자들 사이서 구체적 의사합치가 이뤄졌는지가 관건이다.
판례에 따르면 "가계약서에 잔금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으므로 해당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은 성립한다"고 본 사례가 있다.
즉 정식계약전이라도 가계약금을 입금한후 상호간 '매매목적물, 매매대금, 중도금 지급방법' 등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면 매매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이러한 사항이 가계약 당시 배제돼 있다면 계약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판단, 집주인은 가계약금을 돌려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매매계약 성격이 뚜렷한 가계약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부분 가계약상태서 매도인이 계약을 파기하면 가계약금의 2배만 반환하면 된다고 여기지만 실제 해약금은 가계약금이 아닌 '약정 계약금'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매수인이 계약금중 일부만 지급했더라도 일부 계약금의 2배가 아닌 계약금 전액의 2배를 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쉽게 말하면 앞서 밝힌 A씨 경우 비록 1000만원을 가계약금으로 입금했지만 매매총액인 4억5000만원의 10%인 4500만원이 계약금이며 이의 2배인 9000만원이 해약금인 셈이다.
다만 집주인이 약정계약금 배액상환이 과하다고 판단할 경우 분쟁소지가 있으며 법원서 배상금액이 감액될 수도 있다. 만약 A씨가 가계약을 해지했다면 가계약금 1000만원을 포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