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경영기조에서 먼저 도입하고 보완하는 방식으로강희태 부회장 “임원은 젊은 직원 아이디어 지원, 뒷받침 해야”2030대서 배우는 MTT 도입… 다른 그룹에서도 벤치마킹 중
-
“속도감 있게 진행하되 지역을 좁혀서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빠르게 테스트하고 점차 넓혀갑시다.”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겸 유통BU장이 지난달 롯데쇼핑 내 TF로 구성된 ‘옴니협의체’의 롯데GRS와 배송 관련 협업 프레젠테이션장에서 지시한 말이다. 롯데GRS 외식 브랜드 롯데리아의 라이더를 활용한 배송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롭스의 배송에 이용하자는 보고였다. 이 지시는 현실이 됐다.이달 들어 시크릿페이지를 통해 임직원 테스트를 진행해온 롯데쇼핑은 일주일만인 7일부터 본격적인 고객 파일럿 테스트(사전 테스트)에 착수하고 8월부터는 범위를 확대해 백화점, 마트, 롭스의 통합 배송까지 선보일 예정이다.롯데쇼핑이 더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변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최근 변화는 최근 경쟁사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쇼핑은 유통업계에서도 보수적 경영의 대명사였다. 새로운 서비스는 늘 긴 검토 과정과 경쟁사 동향 체크, 시행착오 수정을 거친 뒤에야 선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일단 결정하면 최대한 빠르게 선보이고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해 보완하는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온이 선보이는 롯데GRS와의 ‘1시간 배송’ 협업이 대표적이다.이 서비스는 기존 롯데쇼핑에서 추진해온 채널간 협업인 ‘옴니 채널’을 넘어 계열사간 협업이라는 ‘옴니 서비스’의 개념까지 확대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스타트업투자사 롯데액셀러레이터가 투자한 ‘플리즈’가 배송 결제 등을 맡기도 했다. 기존 롯데그룹의 보수적인 기조에서는 탄생할 수 없는 서비스다.이는 롯데쇼핑의 각 사업부의 30대 안팎의 책임, 대리급 인사 9명이 모여 구성된 ‘옴니협의체’의 결과물이다. 이 TF는 서비스 구상에서 실현까지 추진하기 위한 조직으로 서비스도입이 확정된 뒤 지난달 30일 해단했다.롯데쇼핑 관계자는 “강 부회장은 장기간 검토하면서 경쟁사에 기회를 빼앗기는 과거의 신중함 보다는 먼저 빠르게 선보이고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는 방향을 강조해왔다”며 “임원들에게도 젊은 직원의 아이디어를 제지하지 말고 뒷받침, 지원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실제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강 부회장이 있다. 그는 최근 밀레니얼세대(20~30대)의 문화와 생각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옴니협의체’가 비교적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이유이기도 하다.대표적인 조직이 롯데백화점의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다. 24세~39세 임직원 12명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경영진 뿐 아니라 사내게시판을 통해 밀레니얼 트렌드를 전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롯데마트도 역멘토링 제도를 통해 신입사원 3명과 임원 1명이 매칭 돼 밀레니얼 세대의 먹거리와 맛집, DIY(Do It Your Self), SNS 등을 함께 경험하며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마트가 지난 4월 선보인 ‘어반 포레스트’ 같은 휴식형 공간이나 롯데백화점 내 ‘장인의 공방’ 느낌의 다목적 공간 인테리어 등도 이들 작품이다.이런 사례는 재계에서도 손꼽히는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한솔그룹에서 MTT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직접 롯데쇼핑 방문을 요청했을 정도다.롯데쇼핑 관계자는 “강 부회장 스스로가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해 메신저로 보고 받고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롯데쇼핑의 과감한 실험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