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성 방광염 치료시 무분별한 항생제 투여 대안 無… 국책연구 착수 신경인성 방광도 전달체계서 소외, 정부 지원책 마련돼야건대병원 30분 진료 표방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 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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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염은 소위 말하는 ‘흔한 경증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항생제가 투여되면 쉽게 해결이 가능한 영역이라는 편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1년에 3회 이상 발생하는 ‘재발성 방광염’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항생제 내성 문제가 생겨 삶의 질이 추락한다.‘흔한 경증질환’이라는 인식 속에 방광염 환자들의 치료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대형병원은 암 등 중증질환 항목에 집중하고 있으며,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은 적절한 수가 보상이 없는 이른바 ‘돈 안 되는’ 방광염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최근 본지와 만난 김아람 건국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방광염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느꼈다. 의학적 영역은 물론 일련의 정책적 방향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운을 뗐다.먼저 ‘재발성 방광염’으로 인한 항생제 과다사용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김 교수는 “일련의 연구 등을 살펴보면, 2040년이 되면 암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는 숫자가 더 많아질 거라고 보고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재발성 방광염은 이 항생제 내성의 주범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재발성 방광염 환자의 통증 수준은 응급실을 방문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고, 이러한 고통이 연간 3회 이상 발생하다보니 항생제 의존성이 높아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문제는 여성의 50%가 한 번 이상 방광염을 경험하고, 그 중 1/4이 재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방광염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 문제는 본인이나 가족의 얘기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김 교수는 “현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새로운 항생물질이 개발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이 방향성에 부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환자에게 적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테지만 첫발을 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재발성방광염에 대한 항생물질학 개발(Development of Functional Peptides as Recurrent Cystitis-Targeted Therapeutics)’이 한국연구재단이 공모한 2020년 국책 연구과제로 선정돼 연구비 1억5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번 연구는 건대 의학전문대학원 면역학교실 박영민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한다.그는 “항생물질 하나가 개발되려면 천문학적 연구비와 인력, 시간이 들어간다. 절대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행히 면역학의 대가로 알려진 박영민 교수와 논의 끝에 관련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이어 “임상현장에서의 절박함과 동시에 긴 안목으로 먼 미래를 보면서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것은 사실 고단하다. 그렇지만 문제의 본질을 찾아간다는 측면에서 보람과 의미가 깊다”고 언급했다.◆ 30분 진료 패러다임, 신경인성방광클리닉 개설고령화 영역으로 들어가면 ‘신경인성 방광’ 문제가 커진다. 파킨스병, 알츠하이머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 중 50% 이상은 신경인성 방광염을 갖고 있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요로감염으로 인한 사망까지 이어진다.김 교수는 “치매 등 치료에 있어서 대부분 뇌에 집중하거나, 재활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바로 신경인성 방광인데,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신경인성 방광은 비뇨의학과에서 다루는 중요한 질환이지만 어렵고 긴 안목으로 환자를 치료해 나가야 한다. 매일 주기적으로 6~8회 소변을 빼내야 하는데, 소홀해지면 방광이 망가지고 콩팥 손상으로 이어진다.척수손상 환자를 비롯해 치매환자에 대한 신경인성 방광 문제를 풀려면 제도적 지원책이 있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별도의 가산 수가체계는 전무한 상태다. 즉,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집중하기 어려운 공급구조가 됐다는 것이다.김 교수는 “적어도 신경인성 방광 환자를 보려면 30분 진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아직 제도적 지원책이 없어 병원 경영적 측면에서는 유리한 부분이 없지만 그래도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며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건국대병원은 김아람 교수를 중심으로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을 최근 개소하고 30분 진료를 표방하는 진료체계를 형성했다.그는 “신경인성방광은 본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문가의 도움과 가족의 도움이 같이 있어야 하고 가족들의 고통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고령화를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진료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