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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를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이달말 본격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보증을 신청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 총회에서 의결되지 않은 분양신청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강동구에서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2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은 지난 17일 분양보증 심의신청을 완료했다. HUG에서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으면 관할 지자체에 입주자모집공고 승인신청을 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발표하면서 관리처분단계의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대해 유예기간을 뒀다. 당초 4월28일까지가 유예기간이지만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달 28일까지로 연기됐다.
둔촌주공아파트도 이달 28일까지만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을 하면 분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고 종전 규정대로 일반분양가를 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분양보증을 신청하며 막바지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조합 집행부는 상한제 유예기간안에 분양신청을 먼저하고 추후 임시총회를 열어 관리처분계획변경을 처리하는 등 사후보완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분양가상한제 시행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보증서가 언제 발급되느냐가 관건이다.
게다가 분양보증서를 발급받더라도 관할 지자체인 강동구는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으면 모든 승인업무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합 총회에서 선분양을 결정하고 분양신청을 하기로 의결해야 승인해 주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5일 현 집행부에 반대하는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과 면담을 진행한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조합원 동의없는 모든 구청 업무 승인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내홍에 빠진 것은 일반분양가를 두고 현 집행부와 일부 조합원들이 갈등을 겪으면서 비롯됐다. 당초 조합은 3.3㎡당 3550만원을 주장했지만 HUG가 고분양가 심사기준에 맞춰 2910만원 이상은 분양보증을 해줄 수 없다고 반려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현 집행부는 분양가상한제 회피를 위해 HUG 분양가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지난 9일 개최하려던 임시총회가 취소되면서 현 조합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집행부측은 상한제 도입 취지상 분양가가 HUG가 제시한 수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상한제 적용시 택지비, 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한뒤 지자체 분양가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돼 있어 분양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측은 용역을 진행한 결과 상한제 적용후 분양가가 3.3㎡당 2842만~3561만원으로 나온 것을 제시하면서 오히려 HUG가 제시한 분양가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일반분양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사업 진행을 반대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도 최근 둔촌주공의 공시지가가 크게 올라 가산비, 표준건축비 등을 더할 경우 분양가가 3.3㎡당 3500만원 안팎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난 수년간 땅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며 "다만 집값을 잡기 위해 연일 부동산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현 정부가 HUG에서 제시한 분양가보다 높게 책정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