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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이 시장에 넘쳐나면서 비상장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장외주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어 주목된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30일까지 K-OTC시장의 1일 평균 거래대금은 47억133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7억1277만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73.3% 증가한 수치다. 1일 평균 거래량도 같은 기간 기준 72만8224주에서 84만3215주로 15.8% 늘었다.
최근 장외 시장에 투자자가 몰린 건 SK바이오팜 효과다. 정부의 유동성 정책에 따라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데다가 SK바이오팜을 비롯해 시장에 진입한 바이오·언택트 관련 기업에서의 호재가 잇따르면서 상장 전 기업을 사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도 비상장 주식 시장 투자자들을 선점하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하나둘 확대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형태는 비상장주식 전용 중개플랫폼이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지난달 모바일 웹 비상장주식거래 플랫폼 서비스 '네고스탁'을 출시했다. 저가 거래수수료를 내세운 네고스탁 중개거래 수수료는 매도자만 0.2%의 수수료를 부담한다. 기존 비상장주식 중개거래 수수료는 매수와 매도 시 각각 1%씩으로 통상 2% 수준이다. 네고스탁 플랫폼은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코리아에셋투자증권 계좌가 없어도 본인 명의 타 증권사 계좌만으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신한금융투자도 증권플랫폼 운영사인 판교거래소(PSX)와의 제휴를 통해 비상장 스타트업 주식거래 서비스를 오는 8월 선보일 예정이다. PSX는 국내 우수 스타트업들의 비상장 주식을 엔젤투자자·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스톡옵션 보유자들로부터 조달하고 주요 기업의 분석 보고서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두나무와 비상장주식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선보였다. 최근 6개월 사이 증권플러스비상장 월간활성이용자는 4배 증가해 지난 6월기준 4만4000명에 달했다. 두나무는 앞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오는 9~10월부터 기존에 통일규격주권을 발행하지 않은 대다수 유망 스타트업 등의 비상장 기업주식 거래 베타서비스를 시작으로 연말께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코스콤도 지난 4월 블록체인 기반 비상장주식거래 플랫폼 '비마이 유니콘'을 개시했고, 이보다 앞선 지난 2018년부터 유안타증권은 비상장주식 전용 중개 플랫폼 '비상장레이더'를 운영 중이다.
증권사들은 비상장주식에 대한 높아진 투자자들의 관심에 부합하기 위해 종목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간 스몰캡 연구원들이나 일반섹터 담당 연구원들이 IPO를 앞둔 기업들에 대한 공모주 분석 리포트를 내긴 했지만 이제는 시장에서 이슈가 되는 비상장기업까지 범위를 넓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DB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부터 비상장기업이라는 타이들을 달고 해당 기업을 발굴하고 분석보고서를 주1회 시리즈로 작성하는 업무를 시행하고 있다. DB금융투자는 이달 들어 호텔롯데, KST모빌리티, 코어라인소프트, GS EPS, 현대글로벌서비스, 알스퀘어, 딥노이드 등의 다양한 업종을 분석해 보고서를 내놨다.
비상장레이더를 운영 중인 유안타증권은 지난 4월부터 기술신용평가 기관 나이스디앤비와 유망 비상장 종목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나이스디앤비가 보유한 기업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매력도와 위험도, 재무 안정성과 투자 등급 등을 제시한다.
SK증권도 카카오뱅크, 쿠팡,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 등 비상장기업의 분석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으며 비상장 종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진 가운데 최근 정부 정책 방향이 혁신성장·벤처육성 등으로 맞춰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비상장기업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그간 투자자들이 비상장주식 거래에서 부담으로 느껴온 거래 안전성과 정보 비대칭성 해소하기 위한 위한 업계 노력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