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증가, 본격적 가격 하락으로 서버·PC D램 약세 불가피삼성전자·SK하이닉스 "가격 하락 대응"… 하락 길진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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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반도체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상반기 코로나19 사태에서 수출 등 경제 버팀목이 됐던 반도체가 흔들리게 되면 재고증가와 본격적인 가격하락으로 시장 성장세가 꺾이면서 우리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와 트렌드포스는 지난달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 모바일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3∼8%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램익스체인지 조사 기준, 타입별 D램 공급량(용량) 비중은 작년 말 기준 모바일이 41%로 가장 높고 서버 32.2%, PC 13.4%, 컨슈머(TV·전장 등 세트용) 7.7%, 그래픽 5.1% 순이다.
트렌드포스는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상반기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위축을 피하기 위해 D램 수요를 유지했으나, 상반기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면서 재고가 증가했다"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가운데 스마트폰 업체들이 재고 축소에 주력하고 있어 3분기에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재고를 늘렸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이 하반기 들어 서버용 반도체 구입을 줄이는 대신, 상반기에 부진했던 스마트폰(모바일) 수요가 하반기 반도체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그러나 상반기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모바일 D램도 재고가 늘어난 상태여서 일단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낸드 역시 코로나19 대비 차원에서 쌓아놓은 재고로 인해 3분기 약세는 물론 4분기에는 가격 하락이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들어서 서버와 PC용 D램 가격은 하락 전환했다. 지난달 서버용 D램(DDR4 32GB) 고정 거래 가격은 134달러로 6월(143달러)보다 6.39% 하락했고, PC용 D램(DDR4 8Gb) 제품의 고정 거래가도 지난달 3.13달러로 전월 대비 5.4% 떨어졌다. PC용 D램 가격 하락은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트렌드포스는 7월 가격 하락에 이어 8∼9월에도 하락 가능성이 크고, 4분기에는 D램 수요 감소로 하락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PC D램보다 서버 D램의 가격 하락폭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저장 장치인 낸드플래시도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지난달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USB 등에 주로 쓰이는 낸드플래시(128Gb MLC) 고정거래 가격은 4.39달러로 6.2%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고정 거래가격이 하락한 건 지난해 5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는 악재다.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가 42.7%, SK하이닉스가 28.8%로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작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35.9%로 1위, SK하이닉스가 9.9%로 5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모두 하반기 D램을 비롯한 반도체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제품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다행인 것은 가격 하락세가 과거만큼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과도한 불일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성장 추세는 견조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업계에선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기반의 활동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클라우드 등 IT 기기용 반도체 수요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