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만TEU급 초대형 '컨'선 급유에 17시간 이상 걸려중대형 급유선 없어 2600t급 운반선 급조해 쓰는 형편싱가폴·로테르담 1만t 이상 싣는 5000t급 선박 갖춰국가필수해운제 유명무실…유사시 급유선 3척으로 커버해야문 장관 "해양진흥공사 자본금 확충해야…2022년 자본여력 고갈"
  • ▲ 해운재건 성과 점검 및 정책 운용방향 발표하는 문성혁 해수부 장관.ⓒ연합뉴스
    ▲ 해운재건 성과 점검 및 정책 운용방향 발표하는 문성혁 해수부 장관.ⓒ연합뉴스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이 촘촘히 설계되지 못해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HMM(옛 현대상선)에 알헤시라스호 등 2만4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박 신조를 지원했지만 이 배에 제때 연료를 채워줄 중형급 이상 급유선이 없는 현실이 대표적인 엇박자 사례다.

    해양수산부는 뒤늦게 대형 급유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해수부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중간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알헤시라스호 같은 초대형 선박이 부산항에 들어와도 대형 급유선이 없다 보니 급유 서비스에 애로가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고 "(급유선업계를) 도와줄 방법이 있는지 몰라 즉답을 못 하지만, 방법이 있다면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싱가포르에 있는 급유선은 규모가 제법 크다"면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출현에 맞게) 급유선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부연했다.

    급유선업계에 따르면 알헤시라스호에 연료를 가득 채우는 데만 17시간이 넘게 걸린다. 급유량은 7300t(7300만ℓ)에 달한다. 200ℓ들이 드럼통으로 환산하면 3만6500개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하지만 지난 4월 말 처녀출항 당시 국내에는 20시간 안에 7300t을 급유할 급유선이 없었다. 한국급유선선주협회와 GS칼텍스는 궁리 끝에 정유공장과 저유소를 오가는 2600t급 수송선(액화화물 운반선)을 급유선으로 급조했고, 699t급 2척까지 총 3척의 급유선을 동원해 17시간30분 동안 연료유를 채워 넣었다.

    싱가포르나 로테르담 등은 1만t 이상 연료를 실을 수 있어 '해상 주유소'라고 불리는 5000t급 급유선이 있다. 길이 100m 폭 30~40m의 바지선에 급유호스가 크레인에 고정된 형태여서 알헤시라스호도 한 번에 빠르게 급유할 수 있다.
  • ▲ 급유받는 알헤시라스호.ⓒ연합뉴스
    ▲ 급유받는 알헤시라스호.ⓒ연합뉴스
    문 장관은 해운 재건 계획 중 '국가필수 해운제도'가 급유선업계에선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다소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국가필수 해운제도는 유사시 국가가 최소한의 해상운송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했다. 한진해운 사태 때 고박업체가 작업을 거부하면서 급유선업계도 동맹휴업에 나서는 등 일시하역이 불가능해지자 정부가 단체행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선박을 지정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급유선 중 지정선박은 단 3척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선 3척으로 유사시 전국의 항만을 모두 커버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최소한 20척 이상은 지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 장관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할 게 여럿 있는데 해운항만분야의 경우 항만에서 그동안 파업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파업이 일어나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선박(급유선)을 지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현재의 지정 척수로는 유사시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으니 이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인데, 문 장관은 모든 급유선을 동맹휴업 불참 선박으로 지정할 순 없다고 동문서답한 것이다.

    한편 문 장관은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자본금 확충 필요성과 관련해 "자본 건전성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 자본여력비율 300%가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2022년 말이면 그 이하로 내려갈 수 있어 대비코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자본금 규모가 2조9000억원 수준이다. 증자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당장 내년에 5조까지 올린다는 건 아니지만, 법에서 정한 수준(5조원)으로 증자한다는 목표를 잡고 재정당국과 협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