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텍스 등 코로나 대응품목-전기차 부품 등 인기LG-금호-SK 등 불확실성 속 실적 선방롯데-한화도 사업다각화 박차
  • ▲ LiBS 생산원과 제품. ⓒSK이노베이션
    ▲ LiBS 생산원과 제품. ⓒSK이노베이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한 스페셜티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경쟁사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만큼 오히려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두면서 위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의 2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가운데 정통 석유화학사업이 아닌 특수소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2분기 고부가 합성수지(ABS)를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부문의 성과가 시장 전망치를 1000억원 넘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일조했다. LG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은 5716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2469억원에 비해 131% 뛰었다.

    LG화학은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인 ABS 부문에서 2016년 이후 물량 확대를 거듭하면서 연산 200만t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사업을 담당하는 전지 부문에서 역대 최대 영업이익(1555억원)을 기록한 것도 호실적의 원인이지만, 석유화학 부문이 여전히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주력 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변화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의 성과에 대해 올해 초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 석유화학업체들의 범용제품에 대한 저가 경쟁에 따라 정통 석유화학제품 비중을 줄이고 특수소재 수요에 적극 대응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2분기에 영향을 미쳤다. 고부가 제품 확대와 중국 수요 회복 등 영향으로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이후 다섯 분기 만에 두 자릿수(13.1%)를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범용 제품이 아닌 특수소재사업에서 성과를 낸 기업으로 꼽힌다.

    주력인 타이어용 합성고무사업이 부진하면서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으나, 2016년부터 투자 규모를 늘려가고 있는 NB라텍스 부문에서 실적을 만회하며 시장 전망을 웃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합성고무로 만드는 NB라텍스는 의료용 장갑에 쓰이는 고부가 제품이다.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 사업은 주력 사업에 비해 비중은 적지만 2009년 생산기술을 개발한 뒤 지난해까지 세계 NB라텍스 생산량 1위를 지키는 분야다.

    올해 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면서 의료용 라텍스장갑과 위생용품의 글로벌 수요가 급증했고, 지난해까지 수요에 대비해 수출량을 크게 늘려온 사업전략이 먹혀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도 증설을 통해 NB라텍스 생산량을 15만t가량 늘렸으며 11월 6만t 규모의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64만t으로 생산능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코로나19로 범용고무 부문의 판매량 및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위생용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NB라텍스 수익성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 ▲ 고순도 XDI 소재로 생산한 고굴절 렌즈. ⓒ한화솔루션
    ▲ 고순도 XDI 소재로 생산한 고굴절 렌즈. ⓒ한화솔루션
    1분기 주력 사업인 정유업의 불황으로 사상 최대 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은 2분기에도 적자 기조를 이어갔으나, 영업손실을 전분기대비 1조2000억원가량 줄이면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분기 실적 선방에 중심에는 재고 관련 손실이 1분기보다 줄어든 영향이 크다. 하지만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의 범용제품 생산라인 중단과 특수소재를 담당하는 소재사업분야에서 흑자를 내는 등 포트폴리오의 과감한 변화도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소재사업 부문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대비 61.8% 증가한 437억원을 기록하면서 신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2분기 코로나19 여파에도 전기차 및 수소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배터리 핵심소재로 투입되는 주력 제품인 배터리 분리막(LiBS) 판매고가 오른 게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상반기 SKIET의 상장을 목표로 소재사업의 성과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케미칼도 미국 이스트먼社 외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인 특수소재 PETG(스카이그린)로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다.

    PETG는 생수나 음료를 담은 PET병 제조시 사용하는 PTA(고순도 텔레프탈산)와 EG(에틸렌글리콜)라는 물질에 CHDM(사이클로헥산디메탄올)을 넣어 만든 투명소재다. 최근 의료진의 투명 안면보호대와 알코올이 포함된 손 소독제 용기로 각광받고 있다.

    고부가 소재인 PETG는 시장 규모가 연 평균 10% 이상 확대되고 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수요가 더 늘고 있다. 올해 4월과 5월 두 달 동안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에 수출된 스카이그린은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다섯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4분기에는 PETG 매출이 1072억원이었으나, 1분기 1206억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3억원에서 12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폭증하는 수요에 대응해 SK케미칼은 2017년 한 차례 증설한데 이어 지난해 말부터 울산공장 증설이 한창이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PTA 설비를 고순도 이소프탈산(PIA) 설비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PIA는 특수페인트, 코팅제 등 원료, 또는 PET병 투명도를 높이고 내수성·광택성을 강화하는 원료로 쓰인다.

    PIA를 생산하는 업체가 전 세계적으로 7개 업체에 그치는데다 롯데케미칼이 연산 52만t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생산하고 있어 경쟁 우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 등으로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항균 플라스틱 소재인 '에버모인(evermoin®)'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는 등 의료용 제품부터 위생·주방용품, 가구, 생활가전 등으로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수년 전부터 친환경 가소제인 에코데치(ECO-DEHCH)와 산업용 접착제인 수첨석유수지, 광학렌즈 소재인 자일릴렌 디이소시아네이트(XDI) 등 독자 개발한 고부가 제품을 차례로 상업화하고 있다.

    이 중 에코데치는 하반기 증설 완료를 앞두고 있다. 에코데치는 고무나 플라스틱에 첨가해 가공성을 개선시키는 제품으로, 일반적으로 쓰이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것과 달리 친환경적이면서도 품질을 대폭 개선시킬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 석유화학업체의 범용제품에 대한 스프레드 개선이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더뎌지고 있다"며 "아직은 사업 비중이 크지 않지만, 전방산업의 약세를 특수소재 부문에서 일부 채워간다면 신시장 선점은 물론, 사업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