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애초 '모든 책임 현산에'라며 강경기조계약금 2500억 법리싸움 앞두고 기회 준 듯채권단, 출자전환땐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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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주도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국 물거품이 됐다.채권단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매각이 지연되자 1조원 할인 등 여러 당근책을 제시했으나 인수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은 또 다시 '12주 재실사'를 요구하면서다.채권단은 현산이 인수의지가 없다고 계약해지를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한 '플랜B'를 가동할 전망이다.◆ 정몽규, 이동걸 파격 제안 '거부'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전일 현산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이메일을 통해 '재실사'를 요구했다.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현산 회장과 만나 인수대금 1조원 할인 등 추가 지원 방안을 제시한 데 따른 '답변'이다.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인수 조건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자"면서 "매각에 고민스럽고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했다. 재실사 등을 핑계로 논의를 지연시키지 말고 요구사항을 얘기하자는 것이었다.특히 이동걸 회장의 이러한 제안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사실상 아시아나 정상화를 위한 필요자금 3조원의 절반을 산은이 맡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경영참여를 제한하는 방안도 제시해 현산의 부담을 다각도로 줄이는데 공을 들였다.이 회장은 불과 8월 초까지만해도 "매각 무산의 모든 법적 책임은 현산에 있다"면서 "더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이를 두고 산업은행이 계약금 2500억원을 둘러싼 법리싸움을 앞두고 현산에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딜을 깨는데 누구 잘못이 더 큰 지 낱낱이 따져보는 싸움을 앞두고 한 번 더 공을 들였다는 의미다.◆ 채권단,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되나일각에선 산업은행이 재무구조가 불안한 아시아나를 성급하게 매각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시아나 부채 비율은 지난해말 1795.1%에서 올 상반기 2366.1%까지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를 덮으면서 항공산업이 부진한 탓이다.이제 남은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 수순이다.산은과 수출입은행이 지난 4월 긴급운영자금으로 1조7000억원을 쏟았다.채권단은 우선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해 대규모 자금을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출자전환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이 보유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현재 산은과 수인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 36.9%가 돼 최대주주가 된다.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사례처럼 한시적으로 관리한 뒤 재무여건이 개선되고 업황이 나아지면 재매각을 시도할 전망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현산은 코로나19 장기화를 우려, 인수 작업을 보류했다"면서 "이동걸 회장은 플랜B에 따라 M&A 종료, 아시아나 정상화 절차를 밟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