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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반년 만에 1%대 상승률을 보였다. 역대 최장기 장마와 집중호우 여파로 채소와 과실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9년6개월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헛발질' 논란 속에 전·월세 등 집세 부담도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경기 온도계'로 불리는 근원물가는 지난해 8월 이후 14개월째 0%대를 기록했다. 날씨 영향으로 밥상 물가가 오르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지만,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재확산 우려가 여전한 데다 낮은 국제유가 등으로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걷혔다고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는 분석이다.
6일 통계청이 내놓은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20(2015년=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올랐다. 지난 3월(1.0%) 이후 여섯달 만에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들어 1~3월 1%대 상승률을 보이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4월 0.1%로 떨어졌고 5월에는 마이너스(-)0.3%로 지난해 9월(-0.4%) 이후 8개월 만에 0%대가 무너졌다.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따져보면 6월(-0.01%)에도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를 보이다 7월 이후 전 국민에게 준 긴급재난지원금이 제한적으로나마 물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상승세를 탔고 지난달 연초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8월 이후 물가는 지루한 장마와 태풍으로 말미암아 밥상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상승세를 견인했다. 생활물가지수가 0.9% 상승한 사이 신선식품지수는 21.5%나 올랐다.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13.5%)과 서비스(0.5%)가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반면 공업제품(-0.7%)과 전기·수도·가스(-4.1%)는 하락했다.
농·축·수산물은 2011년 3월(14.6%) 이후 9년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무(89.8%)와 배추(67.3%), 토마토(54.7%), 파(40.1%), 사과(21.8%), 국산쇠고기(10.6%)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생강(-26.2%), 콩(-13.5%), 버섯(-8.3%) 등은 가격이 내렸다.
공업제품은 석유류가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경유(-15.9%), 등유(-14.1%), 휘발유(-11.2%)가 내렸다. 국제유가 하락이 반영됐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7월부터 정부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폭이 축소하면서 줄곧 내림세를 보이던 다목적승용차(1.7%) 가격은 올랐다. 기능성 화장품(7.6%)과 구두(6.3%), 여자겉옷(2.9%), 수입승용차(4.0%) 등은 지난해보다 올랐다.
전기·수도·가스는 도시가스(-10.3%), 지역난방비(-2.6%)는 내리고 상수도료(0.3%)는 올랐다.
서비스 부문은 공공서비스(-1.4%)는 내리고 개인서비스(1.3%)는 오른 가운데 집세(0.4%)가 껑충 뛰었다. 2018년 8월(0.5%)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전세(0.5%)는 지난해 2월(0.6%) 이후 1년7개월 만, 월세(0.3%)는 2016년 11월(0.4%) 이후 3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공공서비스는 시내버스료(4.9%)와 외래진료비(2.4%)는 오른 반면 고등학교납입금(-74.4%)과 휴대전화료(-1.2%)가 내렸다. 개인서비스는 보험서비스료(8.1%)와 공동주택관리비(5.8%), 구내식당식사비(2.3%)가 올랐지만, 학교급식비(-51.3%)와 병원검사료(-9.3%), 가전제품렌탈비(-8.4%), 해외단체여행비(-5.4%)가 줄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해외단체여행이 줄고, 학년별 순환 등교로 급식비가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졌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는 1.0% 올랐다. -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상승했다. 앞선 달과 비교해서도 0.1% 올랐다. 지난 5월(0.5%) 반등한 이후 매달 0.1%씩 오르더니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지난해보다 0.6% 올랐다. 지난 2월(0.5%) 이후 상승 폭이 둔화하다 6월(0.2%)부터 넉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0.9% 상승했다. 식품(5.2%)은 오른 반면 식품 이외(-1.5%)는 내렸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21.5% 상승했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6.8%)와 신선채소(34.9%), 신선과실(16.1%) 모두 올랐다.
지역별 등락률을 보면 전남(1.4%), 인천·경기·충남(1.2%), 경남(1.1%), 서울·강원·전북(0.9%), 대전·충북(0.8%), 대구(0.7%), 광주·울산·경북·제주(0.6%), 부산(0.3%) 등 전국 모든 시·도에서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