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재활용법 계도기간 9월24일 만료 코로나19 여파로 매출 급감에 용기 교체까지가지수 많고 뚜렷한 대책없어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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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에 기존 환경부담금의 최대 30%를 추가 부과하도록 하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두고 화장품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계도기간이 지나면서 화장품 용기의 경우 재활용이 어려운 폴리염화비닐(PVC)를 못 쓰도록 했고 포장재도 등급 평가를 받아야된다. 환경보호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데다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행된 자원재활용법은 포장재의 재활용 등급 기준을 현행 1~3등급에서 세분화해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으로 분류한다. 어려움 등급을 받게 되면 최대 30%의 환경개선 부담금을 내야 한다. 기존에는 재활용 용이성에 따른 분류 기준만 있었지만 등급에 따른 비용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화장품 병이나 거울이 붙어있는 팩트, 고무 호스가 들어간 펌프식 용기 등은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로 환경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기존 유색 플라스틱 용기는 물론 스킨, 로션 등에 주로 사용하던 유리병 포장재도 어려움 등급을 받는다. 결국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상품이 어려움 등급에 해당하는 셈이다.
다만 환경부는 지난해 법 시행 이후 포장재 평가에 9개월, 평가 결과 표시에 6개월, 공정 변경에 9개월을 합해 총 2년의 계도 기간을 뒀다. 이에 업체들은 PVC가 함유된 플라스틱 용기를 없애고 재활용이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용기는 더 단순화하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 품목수가 워낙 많고 용기 구조가 복잡해 대체재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품목수가 많은데 재활용 평가를 받고 개선하려면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환경보호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코로나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산공정을 개선하고 있지만 만만찮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는 더 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화장품 용기의 경우 투명 용기로 교체시 기능성 원료의 변색과 변취 등 효능 저하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화장품 용기로 차별화를 두고 있지만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함도 있다"면서 "현재 여러 용기를 개발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화장품업계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대해 대비를 해왔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23일 환경부와 고품질 투명 페트병의 화장품 용기화를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아모레퍼시픽이 해피바스, 프리메라 브랜드의 용기 제작에 재생원료를 우선 사용하고 향후 재생원료 사용 확대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환경부와 티케이케미칼, 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은 이를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플라스틱 소재 용기의 재활용 등급 개선을 위해 자사 제품인 해피바스 퍼퓸 바디워시의 용기를 유색 플라스틱에서 식물 유래 성분을 함유한 무색투명 용기로 교체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친환경 포장재 상품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포장재 몸체와 부자재 모두 폴리프로필렌 재질로 구성한 피지 파워젤, 한입 베이킹소다 담은 세제 등 세탁세제 6종이 한국 포장재 재활용사업 공제조합으로부터 포장재 재활용 1등급을 받았다. 애경산업도 화장품 위생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용기를 개발 중이다. 회사 측은 더 세밀한 검토를 거쳐 단계적으로 정부 방침에 맞춰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