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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건설업계 이목이 여의도로 집중되고 있다. CEO가 증인으로 불려나가 곤욕을 치르는 일이 매년 반복되는 가운데 올해도 적잖은 수의 대형건설사 CEO가 증인석에 앉게 될 공산이 크다. 부실시공을 비롯해 사망사고, 하도급법 위반, 갑질 논란 등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던 만큼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내년 총선을 앞둔 20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기 때문에 위법성 건설 기업인들을 집중 추궁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절호의 찬스를 맞은 의원들의 호통과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최근 10월2일부터 상임위원회별 국감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국토교통위원회 등 각 위원회는 현재 국감에 부를 증인과 참고인을 확정하기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 일부 의원은 누구를 증인으로 부를 것인지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0일 일찌감치 증인과 참고인을 확정했다. 환노위는 건설업계 CEO 중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강효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 상반기 중흥건설의 공사 현장에서 다수의 사망사고가 난 점에 대해 묻기 위해 정원주 사장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정 사장을 향해 올해 중흥건설의 △화성동탄 △진주혁신도시 C4블록 △수원 광교신도시 C2블록 등에서 3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한 '문책성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노위에서는 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일단 증인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정미 의원은 포스코건설이 시공한 아파트에서 라돈이 잇따라 검출된 것을 따지려고 이영훈 사장을 증인으로 부르려 했다.
현재 이 의원과 정의당이 증인 채택을 지속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여야가 추가로 합의할 경우 이 사장이 증인으로 불려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 의원은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성등급 1등급으로 지정한 물질로, 라돈이 함유된 자재를 아파트 건설에 사용한 대표적 생활 안전 위협 기업인 포스코건설의 이영훈 사장은 여야간사가 증인 채택을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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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위 등에서도 증인 신청 명단에 상당수 대형사 CEO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CEO가 증인으로 거론되는 기업은 사망사고 등 대형사고가 났거나 '갑질 논란'이 있었던 기업, 특혜를 받았다는 기업 등이다.
상반기에 사망사고가 잦았던 곳은 GS건설과 대우건설이다. 하반기에는 현대건설이 서울목동 빗물저류 배수시설 확장공사 현장에서 3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냈다.
올해 현장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현대건설의 경우 목동 사고에 이어 중부내륙철도 6공구에서 사망사고까지 발생해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또 한빛원자력발전소 4호기 부실시공 문제 등까지 있어 박동욱 사장의 증인 출석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사장은 지난해에도 부실시공과 갑질 등으로 국감 증인에 채택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박 사장이 올해도 증인으로 채택된다면 현대건설은 3년 연속 CEO가 국감장에 서는 비운을 맞게 된다.
SK건설의 경우 지난해 라오스 댐 붕괴 사고 관련, 올해 국감에서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라오스 사고의 책임이 SK건설에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은 지난해에도 기획재정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조기행 부회장이 대신 출석, "부실시공을 할 이유가 없다"며 사고 책임을 회피한 바 있다.
정무위원회에서는 SK건설 해외법인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내용을 추궁할 가능성이 높다. SK건설은 지분법을 이용, 12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라오스 댐 투자법인이 350억원의 지분법 평가이익을 거둔 것처럼 둔갑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즉 SK건설이 적자상태인 현지 투자법인을 지분법을 활용, 거대 규모의 평가이익을 거둔 것처럼 회계 처리해 모회사인 OK건설의 이익을 부풀린 게 아닌가하는 문제를 일부 회계사들이 제기하고 있다. 지분법이란 자회사 손익을 지분율만큼 모회사 손익에 반영하는 방식을 뜻한다.
갑질 논란과 총수일가 사익 편취 문제 등도 의원들이 증인으로 소환하는 단골 메뉴다.
대림산업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59개 하도급 업체와 거래하며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지주사가 현재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나 올해 이해욱 회장 취임 첫해여서 국회의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밖에 글래드호텔 상표권 사익편취, 대림코퍼레이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탈세 의혹 등으로 박상신 대표이사가 정무위원회, 환노위 등의 호출을 받을 여지가 있다. -
임병용 GS건설 사장도 하도급 논란으로 또 다시 정무위 국감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2016년 불거진 평택 미군기지 이전공사 하도급대금 미지급 등 과거 의혹을 명확히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임병용 사장의 경우 올해도 증인으로 채택되면 2017년과 2018년에 이어 3년 연속 갑질 논란으로 정무위 국감장에 서게 된다. 여기에 2016년 우무현 당시 GS건설 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것을 포함하면 GS건설은 20대 국회 내내 갑질 논란으로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올해 초 하도급대금을 늦게 주는 갑질을 했다며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또 임대주택 수주 과정에서 불거진 갑질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건설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승계 의혹 관련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국건설기업 노동조합에서 증인 채택 준비를 하고 있다. 김창학 사장 등 현대ENG 경영진이 노조 가입 범위를 대리급 이하로 축소하는 등 노조를 탄압했다는 이유에서다.
대우건설과 금호산업, 태영건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7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과천 지식정보타운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6700억원가량의 토지판매 이익 분배금을 가져갔다고 주장한 탓이다. 경실련의 주장에 대해 대우건설은 즉각 반박 입장을 내놓은 상태지만, 통상 규모가 작지 않은 시민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은 건설사 CEO들은 국감 소환을 피하지 못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기업이 잘못한 일이 있다면 지적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필요하다면 실무자나 본부장급을 부르면 되는데 꼭 CEO를 소환해 의도적으로 면박을 준다"며 "의례적으로 기업 사장들을 줄소환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나 하반기 수주 등을 앞둔 상황에서 특정 건설사 대표가 국회의원들에게 질타를 받는 모습은 이미지에도 타격을 줘 입찰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번 국감 증인 요청이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인의 존재감 과시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마지막 국감인 만큼 존재감 과시를 위한 의원들의 맹공이 예년보다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며 "이런 까닭에 올해 건설사 CEO를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는 요청이 이전보다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