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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서울에서 10억원 이상 고가아파트의 매매거래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서울집값 안정을 위해 대출규제와 보유세 강화, 자금출처조사 등 고가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거래가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직방이 2016년 이후 공개된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최고 24.6%까지 기록했던 거래가격 10억원 이상 아파트 비중이 올해는 지난 14일 기준 22.8%로 감소했다.
2016년 7.8%에 불과했던 10억원 이상 고가아파트 거래비중은 ▲2017년 12.6% ▲2018년 14% 등으로 상승하다 지난해는 24.6%까지 치솟았다.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4채 중 1채가 10억원 이상였던 셈이다.
특히 반포동과 대치동 등 입지여건이 우수한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이 완료된 아파트들이 지역 내 랜드마크로 자리잡으며 가격을 이끌었고 인근 준신축 아파트들이 랜드마크 단지와의 가격 격차를 줄이며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동과 동작, 마포, 성동 등 대규모 재정비사업이 완료된 지역들의 신축 전용 84㎡가 10억원 클럽을 형성했고 서대문과 동대문, 금천, 관악, 구로 등 상대적으로 가격수준이 낮았던 지역들 마저도 신축아파트 중심으로 이른바 '키맞추기'에 편승해 서울 전체의 가격수준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가 고가아파트에 대한 강력한 규제에 나서면서 매수세가 한 풀 꺾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근 5년간 서울 전체거래량의 10% 수준을 유지하던 강남구와 서초구의 거래는 올해 7.3%로 감소하며 거래시장이 확연히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감소,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금지, 종부세율 상향,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재건축 사업의 지연 등이 매수세의 감소로 나타났다.
반면 2016년 10억원 이상 거래비중이 1.9%에 불과했던 성동구는 옥수동과 금호동, 왕십리뉴타운 사업으로 올해는 52.8%까지 급증했다. 마포구도 2016년 3.3%에 불과했던 거래비중이 올해 41.5%로 증가했고 동작구는 0.3%에서 36.7%까지 증가했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한강변일대로 도심과 강남 등 업무시설 밀집지역으로의 접근성은 우수하나 노후주택들이 많아 그동안 가격부진이 이어졌지만 대규모 재정비사업의 진행으로 신축비중이 높아지며 서울에서 가장 인기있는 주거타운으로 변모 중이다.
한편 과거 10억원 이상 거래되는 고가아파트는 대부분 대형면적에 한정돼 있었으나 이제는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중이다. 2016년까지 10억원 이상 거래된 아파트의 평균전용면적은 123.09㎡였으나 올해 처음으로 98.28㎡로 낮아졌다.
다만 10억원 이상 고가아파트 거래비중이 감소하는 면에서 일부 시장의 안정세라는 시각도 있지만 아직 안정 시그널로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력한 규제로 고가주택 거래시장이 일부 위축됐지만 해제되면 언제든 다시 급등하며 시장을 불안정하게 끌고 갈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그동안 소득 중위계층이나 주택가격지불능력이 높지 않은 수요층들이 찾았던 지역들이 이제는 10억이라는 고가아파트를 배출하면서 오히려 제2·3의 강남이 되고 있는 점은 분명 불안한 주택시장에 또 하나의 뇌관이 될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