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가구 모집에 1만3964명 몰려…최고경쟁률 59㎡A 787.5대13.3㎡당 2569만원…중소건설사 지었어도 수요자 발길 분주 청약제도, 정부 허가한 합법적 투기 수단…과열만 부추겨
  •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시세 대비 반값에 불과한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청약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 규제로 매매·전세거래가 어려워진 가운데 수요자들이 몰려들며 분양시장은 '로또청약' 투기판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 26가구 모집에 1만3964명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경쟁률 537.1대 1을 기록하며 서울 역대 최고 경쟁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직전 기록은 은평구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로 340.3대 1이었는데 이를 거뜬히 뛰어넘은 셈이다. 

    최고경쟁률은 전용 59㎡A타입으로 787.5대 1이었다. 단 2가구 공급에 1575명이 청약통장을 접수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전용 59㎡B타입(7가구)는 505.71대 1, 84㎡(17가구) 520.53대 1등으로 치열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은 지난 7월29일 시행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다. 3.3㎡당 2569만원으로 상일동 평균 시세의 60%에 불과해 청약 대기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이다보니 100가구에 불과한 소규모 아파트단지이고 중소건설사가 지어 브랜드 파워는 약하지만 수요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분양가상한제 이후 공급이 급감하면서 분양물량 '품귀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한 분양관계자는 "소규모 단지지만 서울 내 신축아파트라는 점 하나만으로 흥행에 성공했다"며 "낮은 분양가로 당첨만 되면 두배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볼 수 있어 수요자들이 대거 몰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청약 과열현상은 서울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분양가상한제를 처음으로 적용받은 서초 자이르네는 35가구 모집에 1만507명이 몰려 평균 30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 69㎡A 1가구 공급에 무려 987명이 몰리는 등 1000대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임에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3.3㎡당 3252만원이다보니 수요가 대거 몰린 것이다. 인근 새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4890만원대다. 최고 분양가 마저 8억8414만원으로 9억원을 넘지않다보니 중도금 대출까지 가능해 큰 관심이 쏠렸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 등 부동산 과열 현상을 줄이기 위한 카드로 분양가상한제를 꺼내들었는데 시장에서는 그저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로또'로만 인식되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은 가파르게 올랐는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통제해 가격괴리를 만들었는데, 이에 대한 보완책은 전무하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청약 과열을 유발하고, 부동산을 투기수단으로만 인식시킨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김회재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낮은 가격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청약시장 과열을 유발하고, 결국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그와 국토부 실장 등 정부 관계자들도 현 청약제도로 빚어지는 과도한 차익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해결책을 찾겠다고 답변했다.

    정부가 허락한 '합법적 로또'라는 청약제도를 손봐야한다는 의견은 계속 제기됐지만 사실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분양가 상한제를 철회해야한다는 의견이 오히려 힘을 얻는 상황이다.

    분양대행 관계자는 "정부가 집값안정을 위해 도입한 분양가상한제로 청약제도는 내집마련 의미는 퇴색하고 그저 시세차익을 얻을 있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며 "앞으로 공급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 청약 때마다 최고 경쟁률이 갱신되는 사례가 빈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